택시 손님이 두고 내린 이상한 USB
어느 늦은 밤, 평소와 다름없이 택시를 운전하고 있었다. 그날따라 손님이 별로 없어서 쭉 앉아있던 중, 한 남자가 급하게 차에 올라탔다. 목적지는 시내에서 좀 떨어진 오래된 아파트 단지였다. 손님은 피곤한 표정이었고,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차가 목적지에 다다르자 남자는 급하게 내리면서 뭔가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아무 생각 없이 조수석 바닥을 쓱 봤더니 작은 USB 하나가 놓여 있었다. 보통은 차 안에 말끔히 정리해두는데, 이건 좀 이상했다. 평소 같으면 그냥 버렸을지도 모르겠지만 뭔가 궁금해서 USB를 챙겨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와서 노트북에 USB를 꽂았다. 그리고 바로 느꼈다. 파일이 너무 많았던 것도 아니고, 딱 한 폴더가 있었다. 이름은 ‘이것만 봐줘’였다. 클릭해봤더니 안에 영상 파일 몇 개와 텍스트 파일 한 개가 들어 있었다.
영상은 한밤중에 찍힌 듯한 낡은 아파트 복도였다. 검은 그림자가 여기저기 움직이고, 어디선가 이상한 속삭임 같은 소리가 들렸다. 영상 속에서 카메라를 든 누군가는 발걸음을 떼기는커녕 계속 뒤돌아봤다. 분명히 무언가 쫓아오는 것 같았다.
텍스트 파일에는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도망치지 마. 이걸 본 너도 이 세계에 갇힌다.”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다. 하지만 영상을 보면서 점점 불안해졌다. 손님이 남긴 건 단순히 USB파일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영상에선 그 아파트 복도와 외부 모습이 조금 더 선명했다. 그리고 마지막 영상에서는 그 복도 끝에서 무언가가 손님처럼 보이는 사람을 붙잡으려는 듯한 장면이 찍혀 있었다. 손님은 휴대전화를 떨어뜨린 채 절박하게 도망치는 모습이었다.
밤마다 그 USB를 다시 켜보게 됐는데, 갈수록 영상이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내 행동을 지켜보며 콘텐츠를 수정하는 것 같았다. 그러던 중 USB가 갑자기 읽을 수 없게 되더니, 그 즉시 내 방 안에서 알 수 없는 속삭임 소리가 들렸다.
택시에 탄 손님의 표정, 그리고 그가 두고 간 USB… 그 모든 게 한 순간에 떠올랐다. 아마 그 손님은 탈출하지 못한 누군가였던 것 같았다. 그 USB를 본 이상, 나도 그 세계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나는 그 USB를 다시 원래 있던 자리, 차 바닥에 살며시 놓아두었다. 누군가 또 타고 내려 그걸 발견할 테니까. 그리고 나는 그날 이후로 그 오래된 아파트 근처로는 가본 적이 없다.
아직도 가끔, 밤길에서 누군가 내 차를 타고 싶어 한다면... 그 USB가 또 다시 돌아올까 봐 마음이 편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