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최신글
유머/짤방 유머 추천 0

회사에 출근하니 커피향이 이상하게 남

2026-10-15 10:41:13 조회 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회사에 출근하니 커피향이 이상하게 남. 오늘 아침에 엘리베이터 문 열리자마자 제일 먼저 든 생각이 “누가 점심 먹기 전에 커피를 마셨나?”였거든요.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사무실에선 테이크아웃 향이 오래 남지 않는 편인데, 유독 오늘은 복도부터 제 책상까지 계속 따라다니는 느낌이었습니다.

출근해서 가방 내려놓고 모니터 켜는데, 향이… 너무 깨끗하게 남아 있었어요. 보통은 “아, 방금 내 옆자리에서 내리신 거구나” 같은 느낌인데, 이건 마치 공기 자체가 커피맛 캔디처럼 되어버린 거랄까요. 향이 강한데도 자극적이진 않고, 대신 자꾸 코가 그쪽을 찾아가더라고요. 저는 괜히 환기구를 찾아보게 됐습니다. 창문도 닫혀 있고, 에어컨도 켜진 지 얼마 안 됐는데 말이죠.

팀장님이랑 인사하고 사무실 안쪽으로 들어가는데, 다들 표정은 평소 그대로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설마 나만 그래?” 싶어서 옆자리 민지한테 슬쩍 물어봤습니다. “야, 오늘 커피향 이상하게 진하지 않아?” 민지는 한 박자 쉬더니 “어? 몰랐는데… 지금도 나?” 하면서 자기 커피컵을 확인하더라고요.

그 순간 저도 제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민지는 어제부터 카페인을 안 마시겠다고 다짐한 사람인데, 오늘은 책상 위에 뜨거운 라테가 딱 놓여 있었거든요. 게다가 컵 뚜껑에도 회사 스티커가 붙어 있었는데, 그 스티커는 신입 때만 나눠주는 줄 알았어요. 민지가 “이거… 누가 가져다줬나?” 하고 있는데, 저는 “어제 누가 커피 머신 청소한다고 했나?” 같은 헛소리만 계속 나왔습니다.

그 뒤로 향의 경로가 점점 더 이상해졌어요. 커피향이 책상 위에서 나는 게 아니라, 책상 아래랑 의자 뒤로 더 진하게 느껴지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괜히 의자를 살짝 뒤로 빼다가, 바닥에 숨겨진 무언가를 봤어요. 전원선 정리하려고 쓰는 멀티탭 옆에, 누가 급하게 테이프로 고정해둔 작은 봉투가 붙어 있는 거예요.

봉투를 떼어내려는 순간, 머릿속에서 “이건 절대 내가 열면 안 되는 거다” 경고음이 울렸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봉투가 있으면 뭔가 들어있을 가능성”도 너무 확실하잖아요. 결국 저는 팀 차장이 갑자기 들어오는 바람에, 봉투는 다시 제자리에 살짝 붙이고, 아무 일도 없는 척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팀장님이 그때 “오늘 향 좋네” 한마디를 하셔서, 저는 더 땀이 났고요.

점심시간이 되자 모두가 몰려나갔는데, 저는 이상하게도 사무실을 더 오래 지키게 됐습니다. 다들 식당이나 카페로 가서 향이 줄어들면 제 착각일 수 있잖아요. 근데 나갔다가 돌아와도 향은 그대로였어요. 다만 오후로 갈수록 “달달한 원두 향”에서 “딱 카라멜 시럽 쓴 라테 향”으로 진해지더니, 마지막엔 진짜로 누가 옆에서 커피를 따르는 듯한 느낌으로 변했습니다.

저는 결국 저녁 청소 담당자분한테 물어봤어요. “혹시 오늘 청소할 때 커피 관련해서… 뿌린 거 있어요?” 그분이 웃으시더니 “아니요, 근데 아침에 누가 향 탈취용으로 커피 파우더 같은 걸 문풍지 근처에 놔뒀더라고요” 하더라고요. “문풍지 근처요?” 제가 되묻자, 그분은 “복도 쪽 창문이 살짝 열려있으면 냄새가 난다고 해서, 누가 그걸로 막아놨대요. 그런데 그걸로 라인 전체가 향이 퍼진 거죠.”

결국 원인은 단순했어요. 신입 때부터 “냄새 민감한 사람”으로 유명한 한 분이 있었는데, 누군가 새로 온 향초가 너무 진해서 항의했다는 전날 일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번엔 반대로 “커피향으로 중화하면 괜찮지 않을까”라는 아이디어를 내신 겁니다. 그런데 커피향 탈취를 기대한 파우더가, 하필 바닥 쪽 멀티탭 라인과 가까웠던 거예요. 거기서 하루 종일 온도랑 공기 흐름 타면서 향이 계속 올라온 거고요.

그분이 저녁에 미안하다고 하면서 “내가 그렇게까지 퍼질 줄은 몰랐어… 근데 너 오늘 계속 ‘커피 냄새가 남’이라고 말하길래, 네가 더 좋아하는 줄 알았어”라고 하시는데, 저는 순간 멍해졌습니다. 좋아한 게 아니라 그냥… 코가 출근 도장 찍고 있는 느낌이었거든요. 그래도 생각해보면, 한 번쯤은 회사가 우리를 속이지 않고 향으로만이라도 다정하게 대해준 하루였던 것 같아요. 다음 주엔 제발 탈취도 ‘적당히’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안 그러면 우리 회사는 출근 시간마다 커피향이 아니라 증거 같은 향으로만 일하게 될 테니까요.

이 글 반응 남기기
추천과 비추천은 회원당 1회만 가능하며, 다시 누르면 취소됩니다.
추천 0 · 비추천 0
글 신고 안내
같은 회원은 같은 글이나 댓글을 1회만 신고할 수 있으며, 누적 신고가 5회 이상이면 자동으로 숨김 처리됩니다.
현재 글 신고 0회

댓글

댓글 작성은 로그인 후 가능합니다.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