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하다가 들킨 제일 부끄러운 것
야근하다가 들킨 제일 부끄러운 것, 이게 뭔지 아세요? 저는 “열심히 하고 있었습니다”라는 말이 통하는 줄 알았는데… 그날 이후로는 야근을 하면 안 되는 인류의 법칙을 체감했습니다. 정확히는, 퇴근 전 마지막 커피 한 잔에 희망을 걸었다가 제 자존심이 먼저 원샷을 당한 날이었어요.
상황은 이랬습니다. 그날은 마감이 있어서 부서 사람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저는 혼자 남아서 엑셀과 씨름하며 조용히 밤을 맞이하고 있었죠. 사무실 조명이 은근히 과장된 분위기를 만들고, 모니터 불빛이 얼굴을 하얗게 만드는 그 느낌, 다들 알죠? 저는 그 빛을 “집중력의 증거”라고 착각했어요.
문제는 그때 갑자기 사내 단체 메신저 알림이 울리면서 시작됐습니다. 보통은 “야근 수고하세요” 같은 무난한 말이 오거든요. 그런데 이번엔 대표님이 개인 메시지를 보낸 거예요. 내용이 “지금 아직 남아있나요?” 한 줄. 저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는데, 동시에 뇌는 급히 계산을 시작합니다. 아, 아직 안 갔나? 이런 검문이었나? 라고요.
저는 당장 답장을 칩니다. “네 대표님, 마무리 중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 행동이 문제의 씨앗이었습니다. 마무리 중이면 뭔가 “완성된 결과물”을 보내야 할 것 같아서… 화면을 열심히 가리고, 문서를 새로 닫고, 다시 열고, 또 정리하고, 그러는 동안 대표님이 보낼 사진이나 캡처를 상상하며 정신없이 움직였어요.
그 와중에 옆자리에 있던 커다란 프린터가 갑자기 “띵동” 하고 종이를 뱉더라고요. 저는 아차 싶었는데 이미 늦었습니다. 종이는 조용히 바닥으로 떨어졌고, 그 순간 복도 쪽에서 발소리가 들렸습니다. “아, 들킨다”라는 말이 머릿속에서 자막처럼 뜨는 게 느껴졌어요.
문이 열리기 직전에 저는 무슨 용기로 대처했냐면, 화면을 얼른 최소화하고 그 프린터 쪽으로 종이를 주워서 서랍에 밀어 넣었습니다. 그러면서 태연한 얼굴로 모니터를 보던 척했죠. 근데 태연은 커녕… 손이 너무 바빠서 웃음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심장은 이미 “우린 끝났어”를 확신하는데, 몸만 “아직 가능한데?”라고 속이는 느낌이랄까요.
대표님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저는 인사부터 합니다. “대표님, 야근… 수고하시—”라고 말하려다 멈췄어요. 왜냐면 대표님이 제 바로 뒤, 그러니까 서랍 쪽을 잠깐 보시더니 “어, 이거 출력하신 건가요?” 하고 묻는 겁니다. 제가 서랍에 밀어 넣은 그 종이! 제가 급히 정리했던 탓에 서랍이 완전히 닫히지 않았던 거죠.
그 종이에는 무슨 내용이 있었냐면… 제가 밤에 몰아치듯 정리하던 문서가 아니라, 야근하면서 자동으로 떠 있는 “오늘의 회의록 템플릿”이 인쇄돼 있었어요. 더 웃긴 건, 템플릿에 제 필기 습관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중간중간 제가 체크해둔 항목이 보였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이건 내일도 한다”, “이건 내일도 안 한다”, “이건 그냥 내일로 미루기” 같은 문구요. 대표님이 그걸 읽으시고 표정이 살짝 굳더니, 아주 조용히 한 마디만 하셨어요.
“마무리 중이신데… 이건 마무리가 아니라 내일로 넘기는 거네요?”
그 순간 저는 진짜로 얼굴이 뜨거워서 모니터 열기보다 더 달아올랐습니다. 저는 급히 “아, 그게… 오늘 할 일 정리한 거라서요!”라고 말했는데, 말이 끝나기도 전에 대표님이 킥킥 웃으셨어요. 그리고 “그래요, 그러면 내일도 오세요. 다만 회의록은 다음부터 눈에 띄지 않게 숨기세요”라고 덧붙이더라고요. 저는 감사 인사도 제대로 못 하고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그 뒤로 저는 야근을 할 때마다 화면 보호처럼 마음도 보호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종이는 먼저 정리하고, 출력은 확인하고, 무엇보다 “오늘의 나”가 “내일의 나”를 배신하지 않게 해야 한다는 걸요. 그래도 가끔 그날 생각하면, 부끄러움이 올라오는 대신 사내에 제일 솔직한 회의록이 그 종이였다는 점에 웃음이 나옵니다. 결론은요, 들키는 건 한 번이면 끝인데… 그때부터는 야근도 전략이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