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헬스 신청했는데 취소도 못함
사내 헬스 신청했는데 취소도 못함. 진짜 이게 말이 되나 싶죠. 저는 “건강을 위해 한 달만 다녀보고 관두자” 같은 아주 합리적인 플랜을 세웠는데, 사내 시스템은 그 합리성을 그냥 씹고(?) 쭉 밀어버리더라고요.
처음 신청할 때는 뭐 대단한 게 있나 싶었습니다. 회사 복지 포털에 들어가서 헬스 프로그램을 고르면 되는 거였고, 월 이용권처럼 보이는 형태라서 “선택은 내가 하는 거지”라고 생각했죠. 신청 버튼 누르자마자 화면에 ‘신청 완료’가 떴고, 아래에 작게 ‘취소는 개시 전까지만 가능합니다’라고 적혀 있었어요.
근데 개시일이 너무 애매하게 잡혀 있었습니다. 공지에는 “주간 운영 시작일 기준”이라고 써 있었고, 그 주간 운영 시작일이 또 내부 캘린더에 숨겨져 있더라고요. 제가 캘린더를 못 찾은 게 문제라고 할 수는 있는데, 솔직히 사내 포털이 친절하게 “오늘이 취소 마감입니다” 같은 한 줄을 안 박아두는 건 좀 너무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다음 날 오전에 “아, 오늘까지면 취소 되겠네” 하고 생각했는데, 포털에 들어가 보니까 취소 버튼이 사라져 있었어요. 신청 내역에는 그대로 “이용 예정”이라고 남아 있는데, 정작 취소는 회색 처리도 없고 아예 메뉴 자체가 없더군요. 담당자에게 문의하려고 했더니 자동 응답이 뜨면서 “운영 일정 확정 이후에는 환불이 어렵습니다”라고만 합니다.
여기서부터가 진짜 웃긴 구간이에요. 저는 취소가 안 된다는 걸 받아들이기 싫어서, 그날 저녁에 헬스장에 전화를 해봤습니다. 직원분이 “회사 연동이라서요, 본사 시스템에서 처리돼야 합니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그럼 본사 시스템을 누가 담당하냐” 했더니, 그분도 “복지팀에서 연동이라…” 하고 대충 손사래 비슷한 느낌이었죠.
복지팀에 메일을 보냈더니 답이 왔는데, 문장이 엄청 정중했어요. 그런데 핵심은 이거였습니다. “개시일 기준으로 이미 확정되어 있어서 취소가 불가합니다. 다만 출석이 확인되면 이용이 정상 처리됩니다.” 정상 처리… 저는 신청한 적이 없는데 내 몸만 자동 결제되는 기분이었습니다. 게다가 “출석 확인”이라니, 제가 안 가도 출석이 확인될 수도 있냐는 공포가…
결국 저는 체념하고 나가기로 했습니다. 회사에서 헬스 가는 사람들 표정이 다들 “꾸준함을 위한 표정”이길래, 저도 그런 표정 연습을 해야 하나 싶었어요. 그런데 막상 가보니까 헬스장이 생각보다 가까워서 다행이긴 했는데, 문제는 수업 배치였어요. 저는 아무 것도 선택한 적이 없는데, 시스템이 저를 “초급 순환 프로그램”에 넣어놨더라고요. 수업 시간표를 보니 제가 야근하는 날에도 끼워져 있었고요.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딱 두 가지더군요. 하나는 꾸역꾸역 가서 수업을 듣거나, 둘은 아프다고 하면 되는지 확인해보거나. 저는 “아프면 취소 가능” 같은 예외 규정이 있을까 싶어서 또 문의를 했습니다. 답은 더 깔끔했어요. “사유와 무관하게 기간이 확정된 이용권은 취소가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결론은, 아파도 못 빼고 건강해도 못 빼는… 대체 이건 헬스 프로그램인지 구독 서비스인지 헷갈렸습니다.
그 다음부터가 진짜 레전드였어요. 출석을 한 번이라도 해야 다음 달이 유지된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제가 그 규정을 늦게 알았고, 한 주는 몸 상태가 애매해서 안 갔더니 시스템이 “출석 미확인” 표시를 띄웠습니다. 그걸 보고 나니까, 이번에는 “출석 미확인 시 이용 기간 조정 가능” 같은 말이 보이더라고요. 결국 제가 할 수 있는 건 건강 조절이 아니라 화면 상태 관리가 되어버린 거죠.
그래도 사람 마음이란 게 있잖아요. 안 가면 계속 찝찝하고, 가면 땀 나고, 땀 나면 또 뭔가 성취감이 생기고… 어느새 저는 나름대로 루틴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아이러니하게도, 취소도 못 하게 만든 그 시스템 덕분에 운동을 하게 된 셈이죠. 회사는 제 의지를 무시했지만, 제 몸은 결국 따라왔습니다. 이제 저는 신청 버튼이 보이면 무조건 뒤로가기부터 누릅니다. 왜냐면 다음 달에도 ‘취소도 못함’이 또 뜰 것 같거든요. 근데 또 한편으로는… 혹시라도 안 뜨면, 그때는 제가 제 손으로 제 인생을 취소해버린 거라서 더 슬플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