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에게 선물했더니 교환 영수증부터 줌
연인에게 선물했더니 교환 영수증부터 줌. 이 말이 농담처럼 들릴 수 있는데, 진짜로 그날 저는 뭔가를 잘못 이해한 사람처럼 서 있었습니다. 백화점에서 고르고, 영수증은 제 가방에 넣어두고, “이거 좋아할 텐데” 하면서 집까지 오는 길 내내 혼자 뿌듯해했거든요.
상황은 딱 평범했어요. 생일도 아니고 기념일도 아닌 날, 그냥 “너 요즘 이런 거 좋아하잖아” 같은 말로 분위기 잡고 선물을 건넸습니다. 포장도 제 손으로 뜯기 편하게 해뒀고, 리본은 반쯤은 예쁘게, 반쯤은 ‘급하게 뜯어도 망가지진 않게’ 타협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도 감성에 취해 있었어요.
근데 제가 선물을 건네자마자 연인이 뭔가를 휙 꺼내더니, 종이봉투를 먼저 내밀었습니다. 그것도 “고마워!” 같은 말도 하기 전에요. 봉투에는 교환 영수증이 들어 있었고, 제가 보기엔 영수증이 아니라 마치 “이건 원래 준비되어 있었다”는 증거물처럼 보였어요.
순간 제가 멈칫했죠. 머릿속에서 시나리오가 여러 갈래로 갈라졌습니다. 혹시 제가 선물을 잘못 고른 건가? 혹시 취향이 안 맞는 걸 이미 알고 있었나? 아니면… 선물을 주고받는 순간부터 이미 계산이 끝난 관계인가? 너무 진지하게 생각한 제가 더 이상했는지, 연인이 그제야 선물을 보며 웃더라고요.
연인이 말하길 “응, 고마워. 근데 이거 교환 가능해?”라고요. 물론 교환 가능하냐는 질문 자체는 나쁘지 않아요. 다만 질문 순서가 문제였죠. 저는 포장 뜯는 순간까지도 설렜는데, 상대는 포장보다 먼저 ‘교환’을 생각하고 있었던 겁니다. 저는 선물보다 영수증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걸 경험해본 적이 없어서, 그날만큼은 제가 이벤트 주인공이 아니라 고객센터 직원이 된 느낌이었어요.
제가 “왜 영수증부터 꺼내?” 하고 물었더니, 연인이 아주 태연하게 “선물은 좋지만, 혹시나 불편하면 바로 바꾸는 게 낫잖아”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이 맞는 말인 건 맞아요. 사람은 서로 배려해야 하니까요. 근데 문제는 그 배려가 제 감정을 통과하지 않고 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간 거예요. 저는 마음이 포장지에 담겨 있었고, 상대는 마음이 계산서에 담겨 있었던 느낌이랄까요.
그 뒤로 저는 웃으면서도 계속 확인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면 이거는 내가 고른 게 아니라 ‘교환용 옵션’이었나?” 같은 말이 나올 뻔했는데, 괜히 사이만 어색해질까 봐 꾹 참고 “그래, 가능하니까 마음 놓고 써도 되겠다”라고 넘겼습니다. 그리고 연인이 선물 받아 든 손가락 끝을 보는데, 진짜로 좋아하는 표정이 있긴 했어요. 다만 표정과 영수증의 타이밍이 너무 달라서, 저는 계속 ‘이 사람이 지금도 백화점 앱을 켜고 있나’ 하는 상상을 하게 됐습니다.
결국 그날 저녁, 저는 나중에야 용기를 내서 얘기했습니다. “나도 너 좋아할 거 생각하면서 샀는데, 내 마음도 좀 받아주면 안 돼?”라고요. 연인은 그제야 “미안, 나도 습관이야. 예전에 누가 선물 줬는데 안 맞으면 어쩌지 싶어서 자동으로 준비해버려”라고 말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상대가 저를 무시한 게 아니라, 불안이 자동으로 행동이 된 거였죠.
근데요, 그래도 마음이 완전히 풀리긴 쉽지 않았어요. 선물은 받는 순간이 제일 달콤한데, 제 달콤함을 교환 영수증이 먼저 잘라먹은 기분이거든요. 그 뒤로는 제가 선물을 줄 때마다 “이건 꼭 쓰고, 안 쓰면 내가 다시 받을게” 같은 말을 농담처럼 덧붙이고, 연인도 나름 “영수증은 나중에 보여줄게”라고 약속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날 진짜 웃긴 건, 제가 선물 고른 손보다 상대가 영수증 꺼낸 손이 더 빠르다는 사실이네요.
그래서 결론은 이거예요. 저는 연인에게 선물했더니 교환 영수증부터 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먼저 교환’의 태도가 시간이 지나니까 신뢰로 바뀌더라고요. 어쩌면 사랑도 결국 “혹시 불편하면 바로 고치자”라는 마음에서 시작하는 건지도… 다만 다음에는 영수증 말고 제가 포장지 뜯는 순간부터 같이 웃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저도 다음 선물 고를 때 덜 쫄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