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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실에 문의했는데 전화가 더 무서운

2026-10-19 10:41:12 조회 1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관리실에 문의했는데 전화가 더 무서운 날이 있어요. 진짜로요. 저는 평소엔 민원 같은 거 잘 안 넣는 편인데, 그날은 밤새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결국 참지 못하고 관리실에 연락을 했습니다. “아, 이 정도면 빨리 처리되겠지” 하고 안심했죠. 그런데 전화를 끊고 나서부터는 제 손이 더 바빠졌어요. 불안이요, 안심의 반대편이요.

상황은 이랬어요. 새벽에 주기적으로 ‘뚝… 뚝…’ 하고 무언가가 금속에 부딪히는 소리가 나는데, 처음엔 누군가 공사를 하나 싶었어요. 근데 문제는 소리가 특정 시간대에만 딱 반복된다는 거예요. 게다가 거실 쪽 창문을 열면 더 선명하게 들리더라고요. 그래서 아침에 해가 뜬 뒤, 관리실로 바로 문의했죠.

관리실 번호를 누르면서도 저는 최대한 예의 있게 말하려고 연습까지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00호 쪽에서 밤에 소리가 들려서요. 혹시 확인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같은 멘트요. 근데 막상 통화 연결되니까,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목소리가 딱 오더라고요. “네, 말씀하세요.” 그 한마디가 너무 단호해서, 제 텍스트가 아직 준비되기도 전에 이미 제출된 느낌이었어요.

저는 최대한 담담하게 상황을 설명했어요. 소리의 패턴, 대략적인 시간, 그리고 창문을 열었을 때 더 들린다는 점까지요. 그런데 관리실 분이 중간에 살짝 끊더니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혹시 어느 동인지, 그리고 어느 쪽인지 좀 더 정확히…” 그때부터 아, 내가 지금 뭔가를 ‘신고’하는 건 맞는데, 동시에 나도 ‘지목’되는 구조인가 싶었어요. 질문이 너무 구체적이어서요.

그래서 저는 “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 제 집 기준으로 옆라인이라…” 식으로 최대한 모호하게 말했죠. 근데 관리실 분이 “옆라인이요? 그럼 주민분 성함은요?” 하고 바로 들어오더라고요. 그 순간 제가 느낀 건, 전화가 무서운 게 아니라 전화가 ‘정식 접수’로 연결되는 속도가 무서웠어요. 제 목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접수 끝, 그리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준비가 되어 있는 느낌.

저는 성함을 말해야 하니까 말했는데, 이상하게도 그 다음부터 상대방 말투가 더 현실적으로 변했어요.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건 민원인분이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야 조치가 나갑니다. 예를 들면 몇 시 몇 분쯤인지, 소리가 나는 방향이 어디인지.” 제가 “밤새 반복이라서요”라고 하자 “밤새는 범위가 넓어요”라는 말이 툭 떨어졌어요. 그 말이 너무 정확해서 오히려 웃음이 나올 뻔했어요. 범위가 넓다니, 제가 범위를 줄여서 소음을 재단해 드려야 하나 싶어서요.

그리고 그때부터 제 머릿속에 이상한 시나리오가 연달아 뜨기 시작했어요. ‘조치’라는 단어가 너무 무겁게 들리더라고요. 설마 누군가를 잡아가나요? 아니면 층간소음 안내문 붙이는 정도인가요? 근데 전화는 한 번 걸면 되돌리기 힘든 매끈함이 있잖아요. 제가 마지막으로 “혹시 오늘은 확인 가능할까요?”라고 묻자, 관리실 분이 “확인하겠습니다. 그런데 연락드릴 때 민원인분 통화기록이 같이 남아서요.”라고 말하더라고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는데, 듣는 저는 갑자기 재판에 증인 소환된 기분이었어요.

그날 이후가 진짜였습니다. 밤이 되면 소리가 안 나도 뭔가가 날 기다리는 느낌이랄까요. 혹시 내가 말한 내용이 복도에 전달되면 옆집 사람이 날 떠올릴까, 아니면 상대가 ‘아, 저쪽에서 신고했구나’ 하고 짐작하면 어떻게 하지,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어요. 그래서 다음날 조용히 생활하면서도 계속 귀를 세우게 되더라고요. 소리 자체보다도, 소리에 대한 제 입장이 더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며칠 뒤 진짜로 소리가 줄어들었어요.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뚝… 뚝…’이 거의 끊긴 거죠. 제가 “아, 전화는 무섭지만 그래도 효과는 있네” 하고 안도하려던 찰나, 엘리베이터에서 누군가 저를 보고 약간 어색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제가 제일 먼저 떠올린 건 뭐였냐면, 그 미소의 의미가 아니고 ‘내가 신고한 사람’ 같은 얼굴을 하고 있나? 였어요. 왜냐면 제가 그날부터 스스로를 감시하듯 행동하고 있었거든요. 관리실에 전화한 순간부터 제 생활이 민원 처리 흐름으로 바뀌어 버린 느낌이요.

결국 저는 그 이후로 관리실에 연락할 일이 생기면 한 가지를 꼭 떠올리게 됐습니다. 전화는 상대를 돕는 수단이지만, 동시에 내 마음도 같이 제출되는 버튼이라는 거요. 무서워도 해야 할 때는 하되, 괜히 정확도를 과하게 밀어붙이진 말자고요. 소음도 무섭지만, 전화가 남기는 생각이 더 오래가더라고요. 오늘도 통화 버튼 근처에 손이 가면, 제일 먼저 드는 마음은 늘 똑같아요—“관리실에 문의했는데 전화가 더 무서운 건… 내가 걱정이 많아서겠지.” 라고요. 그런데 그 생각마저도 웃기게 흘러가면, 그게 또 일상 회복의 시작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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