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단체로 점심 시키면 꼭 생기는 일
회사에서 점심을 단체로 시키면, 신기하게도 맛있는 날도 있지만 꼭 “그날”이 있습니다. 보통은 금요일도 아니고, 야근도 아닌 평범한 수요일인데요, 누가 봐도 점심이 아니라 이벤트를 여는 느낌으로 흘러가요.
일단 시작은 늘 똑같아요. 공지로 “오늘 점심 단체 주문합니다!”가 뜨고, 다들 프로필 사진처럼 멀쩡한 얼굴을 하고 “오케이”를 누르죠. 저는 그 순간부터 이미 불길해요. 왜냐면 단체 주문은 선택권이 아니라 운명처럼 내려오기 때문입니다.
전날부터 누군가가 메뉴를 추천했다며 “그거 완전 맛있다”가 돌고, 누군가는 “나 그거 좋아해”를 붙여서 분위기를 띄워요. 그러다 어느 순간, 단체 채팅방이 갑자기 연구소가 됩니다. “피클 더 주나요?”, “매운맛 몇 단계예요?”, “밥 양 조절 가능?” 같은 질문이 우르르 나오고, 주문 담당은 웃는 이모티콘만 연속으로 붙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점심 배달이 오면, 회사는 잠깐 영화 세트가 돼요. 택배 상자처럼 보이는 도시락 박스를 쌓아두고, 다들 줄 서는 대신 각자 자리에서 눈치만 보면서 뚫어져라 쳐다봅니다. “내 거 어디?”라고 묻는 사람이 생기면, 그때부터는 완전히 첩보 작전이에요. 서로 안 본 척하면서도 계속 확인합니다.
첫 번째로 꼭 생기는 일은 수량 착각이에요. 10개 시켰는데 누군가는 “저번엔 9개였어”라고 말하고, 그 말이 공기처럼 퍼지면서 전 직원이 회계사 모드로 변합니다. 주문 담당은 “분명 10개요”라고 말하는데, 누군가가 테이블 아래나 책상 옆 서랍에서 도시락 뚜껑을 발견하는 순간, 분위기는 갑자기 해결될 것 같다가도 더 꼬입니다. 왜냐면 그 도시락이 “내 거”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생기거든요.
두 번째는 메뉴 기대치 붕괴입니다. 사람들은 단체 주문이라고 하면 다들 “대충 무난한 거겠지”라고 생각하잖아요? 근데 막상 받아보면 누군가는 “이거 내가 생각한 그 메뉴랑 다르다”를 선언하고, 그 선언이 시작점이 돼요. 맛있게 먹던 사람도 괜히 한입 더 먹어보고, “어… 사실 나도 다른 것 같은데?” 같은 후기를 남깁니다.
세 번째는 제일 웃긴데, 다 같이 먹는 도중에 갑자기 한 사람만 “이거 혹시 내꺼 맞아?”를 합니다. 그 한 마디면 이미 끝이에요. 모두가 자기 도시락을 살짝 들어 올려서 바닥을 확인하고, 포크 패키지 옆 스티커를 들여다보고, 심지어 “이 소스 색이 왜 달라?”까지 갑니다. 그 사람은 그냥 확인하고 싶었던 건지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전 직원이 점심을 먹는 게 아니라 도시락 감정평가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엔 꼭 잔여물 전쟁이 벌어져요. 소스가 남으면 “이거 누구꺼예요?”가 되고, 피클이 몇 조각 남으면 “내가 가져가도 돼?”가 됩니다. 심지어 젓가락도 개수가 맞는지 세기 시작해요. 여기서 분위기가 미묘하게 바뀌는 게 포인트인데, 모두가 배고파서 먹는 건지, 아니면 누가 먼저 양보할지 관찰하는 건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저는 그래서 요령이 생겼어요. 단체 점심 공지가 뜨면, 저는 마음속으로 이미 시나리오를 짭니다. “오늘은 수량 착각이 나려나?”, “매운맛이 예상보다 매울까?”, “내 도시락은 무사할까?” 같은 질문을 던져요. 물론 답은 주문 담당에게서 오지 않습니다. 대신 회사 전체가 매번 새로운 버전의 사건을 만들어주죠.
그런데요, 이상하게도 이런 일들 다 겪고 나면, 점심 끝나고 나서 다들 묘하게 친해져요. “오늘 뭐였지?”를 공통 주제로 잡아서, 오후 회의가 갑자기 덜 심각해집니다. 결국 회사에서 단체로 점심 시키면 생기는 건 맛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를 웃기게 만드는 작은 운영 이벤트인 걸로 결론 내려요. 내일 또 공지 뜨면… 저도 또 확인하겠죠. 내 도시락은, 이번엔 정말 내 거 맞나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