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태 앱이 내 출근을 부정한 날
어제도 어김없이 근태 앱 알림이 울렸는데, 알고 보니 내 출근이 “부정확” 판정을 받았습니다. 진짜로요. 저는 분명 오전 9시 정각에 찍었는데, 앱이 갑자기 “해당일 출근 기록이 이상합니다”라고 떠서 멘탈이 먼저 출근해버렸죠.
상황은 이랬어요. 저는 회사 근처에서 커피 들고 들어가면서, 출근 버튼 눌러서 위치 확인까지 끝냈습니다. 지하철에서 내리고, 횡단보도 건너고, 엘리베이터 타고, 문 열고 들어가기 직전까지요. 그러고 나서 근태 앱을 봤는데, 출근 버튼이 “완료”라고 찍혀 있길래 마음이 놓였거든요.
그런데 한 시간쯤 지나서 팀 단톡에 공지가 올라왔습니다. 내용은 “근태 앱에서 일부 출근이 부정한 것으로 분류되어 확인 필요” 이런 식이었어요. 저한테만 뜬 건가 싶어서 제 폰을 다시 봤더니, 기록 옆에 빨간 표시가 붙어 있고 설명에 “지연/오차/정합성 불충족” 같은 단어들이 잔뜩 있더라고요. 오차요? 정합성이요? 저는 그냥 정각에 찍었습니다…만?
일단 저는 근태 앱의 ‘이의제기’ 버튼을 눌렀습니다. 버튼 자체가 되게 조용히 숨어 있어서, 누르면 “지금 입력하실 내용이 무엇인지” 묻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오전 9시 정각에 출근 인증 완료했습니다. 위치 오차는 와이파이 때문일 수 있습니다”라고 적었어요. 진짜로 저는 그럴듯한 설명을 잘해주는 인간인 줄 알았죠. 근데 다음 화면에서 요구한 게 더 웃겼습니다.
이의제기 사유를 선택하는 칸에 “개인 사유” 말고 “고의 입력 의심” 같은 선택지도 있었습니다. 저는 그걸 보는 순간, 앱이 저를 범죄자 취급하는 느낌이 확 왔어요. ‘고의 입력 의심’은… 솔직히 제 하루를 고의로 망치고 싶진 않거든요. 저는 그냥 제가 찍은 시간이랑 앱이 말하는 시간이 서로 싸우는 걸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결국 오늘 오전에 인사팀에 연락했는데, 상담하시는 분이 엄청 침착했어요. “혹시 출근 인증할 때 네트워크가 불안정했을 수 있어요.”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네, 그럴 수 있죠. 근데 저는 정각에 버튼을 눌렀습니다”라고 말했는데, 그분은 “혹시 화면이 두 번 눌렸거나, 자동으로 재시도된 적은 없으세요?”라고 물으셨어요.
여기서 저는 깨달았습니다. 제가 출근하면서 커피를 한 손에 들고 있었거든요.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고, 문 열고, 들어가면서 근태 앱 화면을 켰는데, 폰이 살짝 떨리면서 손가락이 두 번 탁! 하고 눌린 거 같았어요. 그러니까 앱이 “오케이, 출근 완료!” 했다가, 잠깐 뒤에 “어라? 이건 다른 시간대인데?” 하고 자동 보정 들어간 느낌. 저는 의도적으로 출근을 부정한 게 아니라, 커피가 제 손가락을 부정하게 만든 거였습니다.
이제 제 기록을 보니까 출근 시간이 1분 정도 미세하게 튀어 있었고, 위치도 회사 앞이 아니라 “근처 편의점 쪽”으로 찍혀 있더라고요. 솔직히 그 편의점… 제 동선에 있긴 합니다. 그 앞에서 커피 뚜껑 한 번 더 확인했거든요. 그런데 앱은 그걸 “부정한 출근의 증거”처럼 해석한 거죠. 제가 출근하려고 편의점에 들른 게 아니라, 편의점이 제 출근을 훔쳐간 느낌이랄까요.
인사팀에 다시 연락해서 “제가 손이 미세하게 두 번 눌렸고, 위치가 편의점 근처로 잡혔을 수 있습니다. 정각 출근 의도는 변함없습니다”라고 말했더니, 그분이 “그럼 조정 처리 가능할 것 같습니다”라고 하셨어요. 와… 그 말 듣는 순간 저는 안도해서 그냥 웃음이 나왔습니다. 제가 진짜로 부정한 출근을 했으면 얼마나 큰일이었겠어요. 저는 그저 커피 한 잔과 손가락 떨림 때문에 근태 앱과 ‘정합성 전쟁’을 한 셈이 됐으니까요.
결론은요, 결국 제 출근 기록은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근데 이상하게도 오늘 회사에서 누가 “어제 근태 앱 뭐 뜸?” 물어보길래, 저는 그냥 “앱이 저를 범죄자로 봤는데, 커피가 손가락을 대신 범행했습니다”라고 말했어요. 다들 한 번씩 웃더라고요. 부정한 출근은 없었고, 부정한 건 앱의 확신이었을 뿐… 다음엔 출근 전에 커피를 내려놓고, 폰은 더 차분히 눌러야겠다는 교훈만 남았습니다. 근태 앱이 그래도 사람만큼은 아니더라도, 의심은 참 빠르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