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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이 몰래 가져간 컵 때문에 난리

2026-10-20 05:41:14 조회 2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월요일 아침부터 사무실이 조용하지가 않더라. 보통은 커피 향이 먼저 퍼져야 하는데, 오늘은 뭔가 찬 공기 같은 느낌이었어. 나는 출근해서 제일 먼저 정수기 앞에 섰고, 제일 아끼던 그 컵을 꺼내려는데… 손잡이가 아니라 내 이름표처럼 붙어 있던 작은 메모가 보이질 않는 거야. 설마 누가 가져갔나 싶어서 주변을 한 바퀴 돌았지.

사실 그 컵은 그냥 플라스틱 컵이 아니야. 작년 회사 복지 행사 때 “마음에 드는 소품 받아가세요” 하길래, 내가 제일 먼저 줄 서서 받아온 거거든. 컵 바닥엔 회사 로고가 살짝 있고, 옆면엔 내가 연필로 흘려쓴 작은 낙서가 있어. 다들 “그거 왜 그렇게 귀엽게 우려먹냐” 했는데, 내 입장에선 내 루틴이랑 한 몸이었지. 그런데 그게 사라졌으니, 난 바로 알겠더라. 누가 ‘몰래’ 가져갔다는 걸.

일단 다들 출근했으니 물어보면 해결될 줄 알았어. 그런데 막상 물어보려니, 그 컵 하나 때문에 사람들이 민망해할까 봐 말이 조심스러워지더라. 그래서 일단 커피 내리면서 “어제 누가 컵 씻었어?” 같은 말로 분위기만 살폈지. 그랬더니 누군가가 웃으면서 “그거요? 설거지통에 없었어요”라고 하더라. 설거지통이면 보통 거기에서 사고가 나지 않아야 하는데, 없다는 말은 곧….

오전 회의가 끝나고 나서, 내가 가장 먼저 한 건 기록 확인이었어. 우리 팀은 소소하게 간식 같은 걸 돌리거든. 그래서 작은 스티커로 누가 가져갔는지 남기는 편이 있어. 컵에 붙여 둔 메모도 그 스티커랑 비슷한 색이라서, 혹시 테이블 사이 어딘가에 붙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메모는 어디에도 없고, 오히려 내 자리에 컵 받침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어. 그 순간부터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점심시간 되기 전에, 나는 조심스럽게 직원들 책상 쪽을 슬쩍 봤어. 남의 물건을 뒤지는 건 아니니까 “혹시 컵 어디 뒀어?” 정도로만 힐끗힐끗. 근데 이상하게도 다들 “난 몰라요” 모드였어. 그 와중에 신규로 들어온 직원 한 명이 갑자기 “저는 오늘 컵을 새로 쓰고 있어요. 혹시… 그 컵이 특별한 건가요?”라고 묻는 거야. 너~무 티 나는 말투라서, 내가 그 사람 표정을 보는 순간 바로 직감했지.

나는 일단 태연한 척하면서 “특별한 건 아니고, 그냥… 내가 자주 쓰던 거라서요”라고 말했어. 그러자 그 직원이 “아 그럼 제가 혹시 어제 커피 마시다가… 다른 데 둔 걸까요?”라고 하더라. 말은 그렇게 하는데, 눈빛이 “어제 제가 그 컵을 들고 어디를 돌아다녔는지”를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어. 물론 내가 확 몰아붙일 수도 없고, 그럼에도 컵은 내 손에 돌아와야 했으니, 난 결국 공지처럼 돌렸지.

“사무실 내 컵 분실 관련해서요. 어제 제 컵 보신 분 계시면 오후 3시까지 제 책상 앞에 두고 가시면 됩니다.” 이렇게 아주 담백하게. 그러고 나서 딱 20분 후에, 누가 내 책상 앞에 종이 봉투를 하나 놔두는 거야. 봉투 안에는 내 컵이 있었는데, 컵 위에 작은 쪽지가 얹혀 있더라. ‘죄송합니다. 커피 마시다가 잠깐 다른 책상에 두고 깜빡했습니다.’ 이런 내용이었어.

여기서 끝났으면 그래도 웃고 넘어갔을 텐데, 문제가 하나 더 생겼지. 그 쪽지를 쓴 사람이 누구냐가 아니라, 왜 내 컵이 그 상태로 봉투에 들어갔냐는 거야. 컵 바닥엔 커피 자국이 남아 있었고, 손잡이 쪽엔 물티슈 냄새가 묻어있었어.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내 낙서가 아주 살짝 지워져 있었더라. “아… 정말로 몰래 가져갔다가 급하게 돌려놓은 거구나” 싶어서, 난 웃음이랑 분노가 동시에 올라오는 그 미묘한 감정에 빠졌지.

그래도 사람 마음이니까, 나도 그냥 끝내고 싶었어. 그래서 오늘부로 ‘내 컵 보호 계획’을 세웠다. 이름표는 더 크게, 메모는 더 눈에 띄게, 그리고 무엇보다 컵 아래엔 “이건 내 루틴”이라고 적어둔 스티커를 붙였거든. 그날 오후, 다들 컵을 보자마자 웃더라. “아니 그 컵이 갑자기 경호 대상이 됐네” 이런 말도 나왔고. 그때부터 사무실 분위기가 이상하게 좋아졌어. 분실 사고가 난 건데, 다들 오히려 우리 팀이 하나 된 느낌?

결론은 이거야. 직원이 몰래 가져간 컵 때문에 난리가 났는데, 난 결국 컵을 되찾았고, 그 직원도 다음부터는 물건을 함부로 옮기지 않게 됐더라. 그리고 나는… 커피를 마실 때마다 가끔 손잡이의 스티커를 만지면서 생각해. 세상에 비밀은 많지만, 컵 하나 정도는 그래도 기록될 수 있구나. 그러니까 다음 번에 누가 내 컵을 보면, 그건 분실물이 아니라 ‘사무실의 작은 전설’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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