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자마자 책상 위에 놓인 물건
출근하자마자 책상 위에 놓인 물건이 뭔지부터 확인하는 게 습관인데, 그날은 진짜로 “어? 이거 내 책상 맞나?” 싶었다. 출입문 찍고 들어와서 자리 앉기도 전에 책상 위가 뭔가 정돈돼 있길래, 뭐가 올려져 있나 보고 멈춰 섰다.
딱 중앙에 작은 박스 하나가 놓여 있었고, 박스 위에는 종이 한 장이 곱게 접혀 있었다. 종이는 “오늘은 기분이 좋아지셨으면 합니다” 같은 문구로 시작하더라. 솔직히 이런 거 받으면 기분이 좋아야 정상인데, 내 뇌는 바로 “누구지? 왜 내 책상이지?”로 전환되더라.
박스 뚜껑을 열기 전에 주변을 슬쩍 봤다. 물론 아무도 뭘 하고 있던지, 안 하고 있던지 다들 자기 일에 바빴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순간만큼은 다들 너무 바쁜 척하는 느낌이랄까. 내 옆자리 대리님은 커피를 마시고 있었는데, 컵을 내려놓는 타이밍이 내 박스 여는 타이밍이랑 비슷해서 그냥 우연이라고 우기고 싶었다.
박스를 열어보니 안에는 사탕 두 봉지랑, 미니 손소독제, 그리고 작은 메모가 더 있었다. 메모에는 “출근길에 마음이 덜컥 내려앉는 날이 있잖아요. 그거 다시 올려보세요”라고 적혀 있었는데, 이게 뭔 소리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읽는 순간 괜히 웃음이 나왔다.
근데 문제는 그다음이었어. 책상 위를 더 살펴보는데, 내 모니터 아래에 뭔가가 붙어 있는 걸 발견했다. 노트 한 장을 반쯤 접어서 테이프로 고정해 둔 거라서 처음엔 못 봤던 거지. 그 노트에는 빨간 볼펜으로 동그라미가 여러 개 쳐져 있었고, 문장이 이렇게 이어졌다. “오늘 미팅, 오후 3시! 그리고… 커피는 한 번만 리필!”
여기서 내가 진짜 멈칫했어. 미팅 시간은 내부 공지에서 봤긴 한데, 누가 내 자리에서 그걸 알고 메모까지 해뒀다는 게 더 이상하게 찝찝하더라고. 그리고 “커피는 한 번만 리필”은… 솔직히 회사에서 내가 몇 잔 마시는지 사람들 다 모를 리가 없긴 한데, 이렇게까지 딱 맞춰서 말하면 왠지 감시당하는 기분이 드는 거다.
그래서 바로 쪽지 작성자를 찾아보려고 주변을 추적했다. 하지만 그날따라 택배기사님도 안 보이고, 아무도 내 책상 근처를 지나가지도 않았는데, 박스는 이미 완벽하게 중앙에 놓여 있었다. 누가 일부러 들어와서 놓고 갔다는 느낌보다, 누군가 “아, 저 자리면 여기에 두겠지”라고 예상하고 놓은 느낌이 더 강했다. 그게 더 소름이었다.
결국 점심시간에 친한 팀원한테 “나 책상 위에 이상한 거 놔뒀던데, 너 혹시 알아?”라고 물었더니, 그 팀원은 웃으면서 말하더라. “아, 그거? 어제 네가 회의 중에 ‘오늘만큼은 기분이 좀…’ 하고 말했잖아. 다들 그 말 기억하고 장난처럼 챙겨준 거야. 너 표정이 너무 진지해서 우리끼리 수습하려고.”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납득이 됐다. 나는 진지하게 말한 줄 알았는데, 회사 사람들이 보기엔 그냥 ‘오늘은 마음이 덜컥 내려앉는 날’ 그 자체였던 거지. 그래서 사탕이 두 봉지였고, 미니 손소독제가 있었고, 커피 리필도 일종의 농담으로 정리된 거였다. 그래도 솔직히… “감시 느낌”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적어도 누가 일부러 해코지하려던 건 아니었다는 게 다행이었다.
오후에 미팅이 끝나고 나서, 그 손소독제를 내 가방에 넣고 다시 박스를 정리해 뒀다. 그리고 하루 동안 유난히 기분이 이상하게 안정적이더라. 오늘만큼은 기분이 올라가긴 했는데, 문제는 그 다음날 아침이었다. 책상 위에 아무것도 없더라고. 그래서 괜히 내가 먼저 찾아서 물어봤다. “혹시 어제 그거, 내 자리 맞지?”… 다들 “맞지”라고 하면서도, 표정이 좀 이상했다. 결국 그날 난 깨달았다. 출근하자마자 물건이 놓이는 건 누군가의 이벤트가 아니라, 내 진지함이 낳은 ‘직원용 자동 알림’이었다는 걸. 웃기지 않냐, 결국 제일 먼저 반응한 건 내가 아니라 내 얼굴이었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