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병실 창문에 새겨진 손자국의 정체
그날도 난 병동 6층 복도를 바쁘게 지나고 있었다. 갑자기 한 간호사가 다급하게 내 이름을 불렀다. “들어와봐,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어.” 병실 문을 밀고 들어갔는데, 창문에 뭔가 이상한 게 있었다.
창문 유리면 한가운데에 작은 손자국들이 빼곡히 새겨져 있었다. 분명 안쪽에서 닦은 흔적도 없었는데, 손자국이 마치 누군가가 간절히 밖을 보려 애쓰는 듯한 모습이었다. 나도 처음엔 ‘누가 장난친 거 아니야?’ 싶었는데, 그 병실엔 바로 전날부터 어린 아이가 입원해 있었다.
그 아이는 세 살배기였는데, 심장 관련 병으로 입원 중이었다. 가족도 거의 매일 병실에 함께 있었고, 아이는 침대에 누워만 있었다. 아무리 봐도 손자국이 날 만한 조건이 아니었다. 우리는 모두 혼란스러웠고, 창문을 닦아내며 “다음엔 또 생기면 어떡하지” 하는 농담도 나왔다.
그런데 며칠 뒤, 그 병실에서 또 같은 일이 반복됐다. 이번엔 더 또렷한 손자국과 몇몇 별 모양 같은 무늬가 함께 찍혀 있었다. 손자국은 점점 많아지고, 패턴이 규칙적인 듯 불규칙하지 않았다. 그때부터 병동 사람들 사이에선 “저 손자국이 그냥 아이가 낸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나는 호기심에 아이 가족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가족들은 아이가 자주 창밖을 바라본다고 했다. “바깥에 누가 있나요?”라고 묻자, 어머니는 살짝 웃으며 “아이가 가끔은 보이지 않는 무언가와 소통하는 것 같다고 하네요”라며 눈길을 피했다.
그래서 나도 직접 창가에 서서 창밖을 살폈다. 병원 주변은 평범한 도시 풍경뿐이었는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은 바로 어두워진 창밖 하늘 아래로 옛날 병원 터가 보인다는 거였다. 오래전에 철거된 그 자리엔 아무도 살지 않았고, 소문에 따르면 아이들과 관련된 안타까운 사고들이 있었다고 했다.
그 일이 있고 나서부터, 간혹 밤에 병실 창문 쪽을 보면 손자국이 차오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그 손자국이 창문 너머 누군가의 간절한 외침인 듯했다. 아이가 건강해질 때까지 그 흔적들은 더 자주 나타났다. 그리고 입원 기간이 끝나갈 무렵, 손자국들도 점차 희미해졌다.
퇴원한 후에도 가족들은 가끔 그 손자국 이야기를 하며, “아이가 그곳에 있는 누군가와 잠시 친구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나는 아직도 그 병실 창문이 선명한 손자국을 기억한다. 실제로 무언가가 간절히 소통하려 했던 걸까, 아니면 단순한 우연이었을까.
가끔씩 그 병실 앞을 지나칠 때면, 문득 오래전 그 손자국들이 바깥 세상을 향해 도움을 청했던 작은 손길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도 보지 못한 그 손자국의 정체는, 지금도 어딘가에서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