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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단체주문에 내 이름이 빠진 날

2026-10-22 20:41:11 조회 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회사 단체주문을 넣는데, 제 이름이 빠진 날은 지금도 가끔 떠오릅니다. 보통 이런 건 “어? 내 거는?” 하면서 끝나야 하는데, 그날은 느낌이 달랐어요. 마치 누군가가 제 존재를 장바구니에서 자동 제외해버린 것처럼요. 전 분명히 오늘 점심 전에 신청했거든요. 그것도 회사 단톡방에 캡처까지 올렸습니다.

사건의 시작은 평범했습니다. 매달 하는 단체주문, 그러니까 다들 커피나 간식, 생필품 같은 걸 한 번에 사는 그거요. 담당자분이 “오늘 3시까지 댓글 달아주세요!”라고 올렸고, 저는 발 빠르게 손을 들었죠. 보통 이런 건 늦으면 품절이라서, 저는 늘 타이밍 맞추는 편입니다. 그래서 댓글로 품목이랑 수량을 깔끔하게 적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주문 마감 시간이 지나고도 담당자분이 “주문 접수 완료!” 같은 공지를 올리지 않더라고요. 저는 그냥 “아, 처리 중인가보다” 하고 넘어갔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회사 로비에 상자들이 쌓이기 시작했는데요. 다들 물건 확인하면서 “내 거 여기 있네” 하고 웃고 있었습니다.

전 제 자리로 가서 제 이름표가 붙은 박스를 찾았는데, 그게 없어요. 분명히 주문했는데 말이죠. 처음엔 당연히 제가 못 본 줄 알았습니다. 상자를 이리저리 돌려보면서 라벨을 확인했는데 제 이름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 것만 딱딱 보이는 겁니다. 저는 속으로 “이상하다, 내가 적은 거 혹시 오타났나?” 싶어서 채팅창을 다시 봤어요.

채팅창을 확인하니, 제 주문은 분명히 남아 있었습니다. “OOO님 수량 2개로 접수 완료”라는 문구까지 있더라고요. 그런데 실제 배송 박스에는 그 이름이 없었던 거예요. 그 순간 머리가 새하얘졌습니다. 제가 주문을 안 한 것도 아니고, 담당자분이 실수한 것도 맞는 것 같은데, 왜 결과는 제 쪽에서만 사라진 느낌이었는지요.

그래서 저는 조심스럽게 담당자분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저 혹시 제 주문이 누락된 것 같아요. 저 어제 댓글 달았는데 박스가 안 보이네요.”라고요. 그런데 답장이 꽤 늦게 왔습니다. 그 사이 회사에서는 이미 각자 간식 나눠 먹는 분위기가 시작됐고, 저는 ‘나만 아무 것도 없는 상태’가 됐죠. 그게 또 은근히 마음에 타격이 옵니다. 사람은 배고플 때만 억울한 게 아니라, ‘분위기에서 소외된’ 느낌에도 약하더라고요.

담당자분 답장은 이랬습니다. “어? 확인해보니 이름이 비슷하게 붙어 있어요. 혹시 성함을 잘못 적으신 거 아닐까요?” 이 말 듣고 저는 진짜 잠깐 멍해졌습니다. 성함을 잘못 적었다기엔, 제가 쓴 글자 그대로가 채팅창에 남아 있거든요. 게다가 회사에서 수년째 같은 성함을 쓰고 있습니다. 저를 세상에서 제일 헷갈리기 쉬운 사람으로 만들기엔 좀 억울하긴 했어요.

결국 제가 캡처를 다시 보여드렸습니다. 주문 댓글 내용이랑, 접수 완료 메시지까지 같이요. 그제야 담당자분이 “아 맞다, 제가 엑셀로 옮길 때 자동완성에 걸렸나봐요”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잠깐만요. 재확인해서 지금 가져올게요.”라고 했습니다. 근데 여기서 더 웃긴 건, 제가 물건을 받기 시작한 건 한참 뒤였고, 그 사이 이미 제 자리엔 ‘나만 없는 사람’으로 소문이 났다는 겁니다.

어떤 분이 제 옆에서 농담처럼 “어, 오늘 단체주문이 아니라 단체‘삭제’ 주문이었나 봐요?”라고 웃더라고요. 저는 웃어야 할 것 같아서 웃긴 했는데, 속으로는 “삭제는 너무 과하지 않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결국 제 박스가 도착했는데, 라벨만 달랑 붙어 있고 내용물은 전부 정상이라 다행이었어요. 그래도 그날 저는 확실히 느꼈습니다. 회사 시스템은 신기하게도 사람을 기억 못 하는 순간이 있구나, 하고요.

그 뒤로 저는 단체주문만 나오면 주문하고 나서 꼭 한 번 더 “라벨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합니다. 분위기상 농담처럼 던지지만, 사실은 제 이름이 또 엑셀 자동완성에 치여서 사라질까 봐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요. 그리고 어딘가에서 누군가 또 “내 이름이 빠진 날”을 겪게 된다면, 전 이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너만 그런 거 아니야. 회사가 가끔은 사람을 장바구니에서 잊어버리거든.” 그러고는 제 간식을 한 개 더 건네면, 그날은 왠지 모두가 웃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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