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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내 룸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것

2026-10-23 10:41:11 조회 1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엄마가 내 룸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것. 그날도 평소처럼 “야, 너 이거 언제부터 안 쓴 거냐” 하면서 서랍부터 털기 시작했거든. 나는 게임기 옆에 앉아서 폰만 만지작거리며 “나중에 할게”만 연발했고, 엄마는 그 말이 나오기도 전에 이미 종이 박스 하나를 끌어오더라.

처음엔 그냥 생활용품 정리인 줄 알았어. 동네 마트에서 쓰는 장바구니 같은 걸로 잡동사니를 모으고, 양말은 한쪽만 남은 걸 분류해서 “이건 짝이 어디 갔을까” 하며 혼자 철학하듯 한참을 서 있기도 했고. 근데 그 분위기가 슬슬 이상해졌어. 엄마가 방바닥에 앉았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내 책상 아래를 손전등 비추듯 뒤지기 시작한 거야.

“어? 이거 뭐야” 하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나는 순간적으로 심장이 쿵 내려앉았지. 솔직히 말하면 책상 아래엔 평소에도 아무거나 들어있거든. 종이 뭉치, 영수증, 충전 케이블, 그리고 내가 ‘나중에 정리할게’라고 미루는 것들. 근데 엄마가 꺼낸 건 이상하게도 봉투였어. 하필이면 내가 알바하면서 받은 것 같은 종이봉투인데, 안에서 뭔가 딱딱한 소리가 났어.

엄마는 봉투를 흔들지 않고 조심스럽게 탁자 위에 올려놓더라. 그리고 뜯지도 않은 채로, 나를 쳐다보면서 말했지. “너 이거…” 그러고는 잠깐 말을 끊더니, “이게 왜 여기 있어?”라는 표정으로 다시 봉투를 봤어. 그 한 문장에 내 머릿속이 새로고침을 해버렸어. 내가 어제까지도 멀쩡하게 살고 있던 것 같은데, 방금부터는 내가 어떤 범죄의 용의자 된 느낌이 들더라.

결국 엄마가 봉투를 열었는데, 그 안에 들어있던 건 예상과 완전 달랐어. 작은 케이스랑, 접어서 넣은 메모지, 그리고 스티커 몇 장. 나는 “아, 이거 그냥… 뭐지?” 하고 얼버무리려다가, 메모지 첫 줄을 보는 순간 표정이 굳어버렸지. 메모지에는 내가 예전에 써놨던 문장 하나가 딱 있었거든.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건 이거다. 근데 말하면 망할 것 같아서 숨긴다.”

나는 그 메모를 쓴 걸 완전히 까먹고 있었어. 솔직히 그땐 뭔가 감정이 과하게 올라와서, 일기장에 쓰기엔 너무 부끄러워서 책상 아래에 넣어둔 것 같아. 근데 엄마가 그걸 발견한 순간부터, 엄마 머릿속에는 이미 결론이 들어가 있더라. 엄마가 메모를 읽고는 조용히 한숨을 쉬면서, “너 지금 누구한테 그런 마음이야?” 이러는 거야. 아니, 그때의 나는 누굴 설레게 할 생각이 아니라 그냥 내 감정을 혼자 다루고 싶었을 뿐인데.

게다가 케이스 안에는 내가 모으던 작은 물건이 들어 있었는데, 그게 또 어쩐지 ‘비밀스러운 취미’처럼 보이는 형태였어. 그래서 엄마는 더 진지해졌고, 나는 더 말이 꼬였어. “엄마 이거 그냥… 나 예전에… 수집하는 거…”라고 시작했더니, 엄마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그럼 왜 봉투에 숨겼어?”라고 묻는 거지. 나는 그 질문에 대답을 못 했어. 숨긴 이유는 솔직히 말하면 “부끄러워서”였거든.

엄마는 한참을 정리하다가, 그 메모지를 다시 봉투에 넣고는 내 앞에 딱 내려놓았어. 그리고 갑자기 소리 낮춰서 말하더라. “너는 비밀을 잘 숨기는 편이구나. 근데 숨겨도 네가 쓸어 담는 건 결국 우리 집 냄새랑 섞여.” 그 말이 이상하게 웃기면서도 찔렸어. 엄마 입장에선 걱정이 섞인 농담이었겠지. 근데 나는 그때 갑자기 “아, 엄마는 내 비밀을 찾은 게 아니라 내 삶의 흔적을 본 거구나” 싶더라.

난 결국 변명 대신 사과 비슷한 걸 했어. “엄마, 미안. 그냥 부끄러워서 숨긴 거였어.” 엄마는 더 캐묻지는 않더라. 대신 옆에서 스티커를 하나 집어 들더니, “이건 귀엽네. 그럼 이건 그냥 둬. 이런 건 숨기지 말고 방에 붙여.”라고 말하는 거야. 나는 ‘엄마가 내 취미를 승인해줬다’는 감동보다, 스티커가 귀엽다고 평가 받는 게 왜인지 더 민망했어.

그날 이후로 나는 책상 아래를 한 번씩 확인하게 됐고, 메모도 더 이상 봉투에 숨기지 않기로 했어. 그리고 엄마는 정리할 때마다 내 방을 “수사”하듯 훑지 않고, 그냥 필요한 것만 옮기다가 가끔은 “이건 너 취향이네” 하고 넘어가더라. 지금 생각하면 그 발견은 엄청난 사건이 아니라, 엄마가 내 마음의 조각 하나를 우연히 주워 든 거였던 것 같아. 어쩌면 우리 집에서 가장 큰 비밀은… 내가 뭘 숨기든 결국 엄마는 정리하다가 먼저 발견한다는 사실이더라. 피식 하고 웃고 나면, 또 정리할 마음이 생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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