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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문 닫는 순간 트렁크가 열려있던 날

2026-10-26 00:41:11 조회 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차 문 닫는 순간 트렁크가 열려있던 날, 그날은 진짜 “내가 왜 이렇게 자꾸 연속으로 망하지?” 싶은 하루였다. 보통은 문을 닫으면 모든 게 끝나는 느낌이잖아. 근데 나는 문을 닫는 그 찰나에 트렁크가 먼저 열려버리더라. 처음엔 눈이 잘못됐나 싶어서 한 번 더 확인했고, 두 번째 확인에서도 그대로였다. 뭐지? 나 오늘 차량과 계약을 잘못했나?

당시 나는 아침부터 마음이 급했다. 회사까지는 꽤 걸렸고, 그 와중에 장보기 가방이랑 이것저것 챙긴다고 정신이 없었다. 트렁크에 장바구니 넣고, 뒷좌석에 들고 타면 안 되는 거 몇 개 또 넣고, “이제 출발이다” 하고 손잡이를 잡았다. 솔직히 그때는 손에 힘 주는 감각만 믿고 있었지, 차량 상태를 점검하는 여유는 없었다. 그냥 문 닫으면 ‘찰칵’ 하고 잘 닫힐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 닫는 순간, 뒤쪽에서 “뚜웅” 하는 소리와 함께 트렁크가 살짝 들썩였다고 해야 하나. 나는 순간적으로 등골이 서늘해졌다. 사람은 놀라면 소리를 들은 방향을 먼저 찾잖아. 나는 바로 뒤를 봤는데, 네, 딱 그 상태로 트렁크가 열려 있었다. 아주 크게 열렸으면 “누가 장난쳤나” 싶었을 텐데, 열려 있는 정도가 딱 ‘아직 완전히 닫히지 않은’ 그 애매한 상태라 더 찝찝했다. 마치 내가 열어놓고 간 것처럼.

나는 차를 다시 열고 트렁크부터 확인했다. 가방이야 당연히 들어 있었고, 대충 밀려서 걸린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트렁크는 닫히긴 했는데, 문 닫는 타이밍에 반동처럼 다시 튕겨 나온 느낌? 그래서 나는 이번엔 트렁크를 확실히 눌러보고, 문도 천천히 닫아봤다. “이번엔 진짜로 닫힌다” 하고 싶었는데, 또 신기하게도 비슷한 타이밍에 뒷부분이 약간 떠올랐다. 나는 그 자리에서 몇 번이나 손잡이를 열고 닫고를 반복했다. 분명히 내가 뭘 잘못 누르고 있다는 건 알겠는데, 정확히 뭐가 문제인지 감이 안 왔다.

결국 나는 급하게 핸드폰으로 유튜브까지 켜서 “트렁크가 자동으로 열리는 이유” 같은 걸 검색했다. 근데 검색 결과는 죄다 너무 전문적이거나, 너무 무서운 이야기로 끝났지 뭐. 배선 문제, 감지 센서 문제, 래치 걸림… 읽는 동안 마음이 더 불안해졌다. 무엇보다 회사에 늦을 것 같아서 ‘일단 운행 가능한지’부터 확인해야 했다. 그래서 트렁크를 한 번 더 닫고, 문을 천천히 닫고, 주변에 사람 없나 확인하고, 시동 걸고… 그렇게 출발했다.

근데 문제는 거기서 끝이 아니더라. 출발한 지 얼마 안 돼서 차가 덜컹거릴 때마다 뒷부분이 “들썩” 하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엔 노면 때문인가 했는데, 그 들썩임의 패턴이 이상하게 일정했다. 신호 서거나 속도 줄일 때, 그리고 급하게 브레이크 밟는 순간에 맞춰서 트렁크가 ‘딱’하고 반응하는 느낌. 나는 진짜로 거울을 보고 싶었는데, 운전 중에 계속 뒤를 확인하는 건 위험하잖아. 그래서 머리속으로 상상만 했다. “혹시 지금 뒤에 짐 다 떨어지면 어쩌지?” 그런 생각이 계속 꼬리를 물었다.

회사 근처에 도착해서 주차하자마자 바로 확인했다. 트렁크는 다행히 완전히 열려 있진 않았지만, 닫힌 느낌이 평소랑 달랐다. 마치 “닫긴 닫았는데 마음이 안 닫혔다”는 느낌. 그래서 다시 눌러보고, 손으로 래치 부분을 만지려고 했는데 그게 또 손이 잘 안 들어가는 구조더라. 그 순간 나는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깨달았다. 아침에 분명히 장바구니를 넣을 때, 짐 하나를 대충 밀어 넣느라 트렁크 문과 같이 닿는 위치에 무언가 걸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트렁크 자체 문제가 아니라, 내가 만든 ‘미세한 걸림’이 문 닫는 충격에 반응한 거지.

근데 더 웃긴 건 그날 퇴근하고 집에 오던 길에 완전히 이해가 됐다는 거다. 다음날 아침에 장바구니를 다시 넣으면서 유심히 봤는데, 그때 내 손에 걸려 있던 비닐봉투가 트렁크 래치 근처에 살짝 끼어 있었더라. 아주 얇고 가벼운 거라 내가 넣을 땐 ‘아, 이 정도면 괜찮겠지’ 하고 넘겼는데, 문을 닫는 순간 진동이 생기면서 그게 튕겨 나와 래치를 살짝 밀어버린 거였다. 즉, 트렁크가 나를 배신한 게 아니라 내가 트렁크를 꼼꼼히 챙기지 않아서 생긴 해프닝. 그래도 그날만큼은 정말 차량이 나를 놀리는 줄 알았다.

결론적으로 나는 그날부터 장보기 비닐봉투는 꼭 확인하고, 문 닫기 전에 한 번 더 뒤를 쳐다보는 습관이 생겼다. 근데 이게 웃긴 게 뭐냐면, 습관이 생긴 날부터는 트렁크가 한 번도 그렇게 튀어나오지 않았다는 거다. 그래서 지금도 가끔 문 닫는 순간에 “오늘도 괜찮겠지?” 하고 뒤를 슬쩍 보게 된다. 아직까지는 아무 일 없는데, 문득 생각한다. 혹시 우리 차가 아니라 내가 먼저 ‘차 문 닫는 순간 트렁크가 열릴 만한 사람’이라서 테스트받는 건 아닐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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