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내 자리 자꾸 바뀌는 이유
회사에서 내 자리 자꾸 바뀌는 이유, 그거 있잖아요. 저도 처음엔 “공간 효율화” 같은 말이려니 했는데, 어느 날부터는 제 자리 자체가 ‘예약제’가 아니라 ‘유동제’처럼 움직이더라고요. 출근하면 내 책상이 그대로 있을 거라는 믿음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처음엔 진짜 별일 아니었어요. 팀 리뉴얼한다고 하면서 “옆 팀이랑 협업이 늘어서요”라고 하더니, 제 책상을 창가에서 복도 쪽으로 옮겨주던 날이 첫 번째였죠. 그런데 옮긴 다음 날부터는 이상하게도 제자리가 아니라 제 ‘좌표’가 바뀌는 느낌이었습니다. 회의실 안내문에는 제 이름이 사라진 대신, 제 책상 위치에 대한 설명이 생긴 것 같기도 하고요.
두 번째로 바뀐 건 더 웃겼어요. 어떤 날은 아침에 커피를 들고 가다가, 제가 앉아야 할 자리엔 이미 후배가 앉아 있는 겁니다. 후배가 말하길 “저 여기 배정받았는데요?”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저 어제까지 여기였는데요?”라고 하니까, 후배는 진지하게 웃으며 “어제까지였던 분이 오늘 바뀌셨어요”라고 하죠. 그 순간 저는 ‘바뀌는 게 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구나’ 싶으면서도, 동시에 ‘왜 꼭 내가 그 바뀌는 사람이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 번째부터는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보통 자리 이동은 월요일에 합니다. 월요일 오전엔 아무도 안 바뀌는 것 같아 보이는데, 팀장님이 커피 들고 회전하듯 다니면 그때부터 분위기가 달라지거든요. 팀장님이 제 방 쪽을 한 번 지나가면 “아, 오늘은 이동일이네” 싶고, 두 번 지나가면 “오늘은 내가 바뀐다”가 확정이 됐습니다.
근데 문제는 바뀌는 자리마다 이유가 달라요. 어떤 날엔 “소음 때문에요”라고 하더니, 다음 날엔 “창가라서 빛이 부담될 수 있어서요”라고 하죠. 또 다른 날엔 “동선이 겹쳐요. 고객 방문이 있을 때 빨리 이동해야 해서요.” 고객 방문은 늘 같은 시간에 오는 것 같은데, 제 동선만 왜 매번 바뀌는지 이해가 안 갔습니다.
그때부터 전 ‘자리 이동의 과학’이 있다고 믿게 됐어요. 저는 회의록 대신 자리의 흔적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책상 위 먼지 패턴, 모니터 각도, 사무실 의자의 삐걱거리는 소리까지 다 기억해두면, 다음 이동 때 어딜 가야 할지 감이 오더라고요. 예를 들면, 이전 자리에선 오른쪽에 컵 받침이 항상 있었는데 옮긴 뒤에도 그 컵 받침이 있는 걸 보면 “아, 이 회사는 누가 컵을 옮기고 있구나” 같은 결론까지 나오더라고요. 별거 아닌데, 이렇게 생각하면 뭔가 내가 게임의 진행자를 파악한 기분이 납니다.
그리고 제가 드디어 결정적 힌트를 얻은 건, 회식 다음 날이었습니다. 다들 술은 적당히 마셨다면서도 눈빛이 약간 풀려 있었거든요. 그날 오전 회의에서 팀장님이 “다음 주부터는 자리 고정할게요. 대신, 고정된 자리를 잘 지켜주세요”라고 말했어요. 그 순간 저는 ‘아, 이 말은 자리 바꾸는 걸 멈추겠다는 게 아니라, 다음 단계가 시작된다는 뜻이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진짜로 그날은 고정이 아니라 “고정처럼 보이게 세팅”만 하는 느낌이더라고요.
진짜 이유는 결국 제가 제일 먼저 알게 됐습니다. 우리 회사에 ‘자리 이동’이 아니라 ‘자리 매칭’이 있었던 거죠. 누가 승진하면 어디로 가고, 누가 프로젝트 들어가면 누구 옆으로 붙고, 특정 시간대에 사람이 몰리면 그 사람을 중심으로 동그라미가 그려지고… 결국 제 자리는 그 동그라미의 중심점이 아니라, 중심점이 필요할 때마다 호출되는 보조 기지였던 겁니다. 제가 누군가와 “겹치면 좋은 사람”으로 인식된 거예요. 근데 그 겹침이 제 의사랑 상관없이 계속 발생한다는 게 문제고요.
그래서 지금은 저는 이렇게 결론 내렸습니다. 회사에서 내 자리 자꾸 바뀌는 이유는, 제 업무가 싫어서가 아니라 제 역할이 ‘인력 운영의 빈칸 메우기’라서입니다. 물론 인정하면 좀 자존심 상하긴 한데, 어쨌든 이동해도 업무는 그대로 돌아가요. 다만 저는 오늘도 출근하면서 은근히 확인합니다. 내 책상이 그 자리에 있나, 아니면 누군가가 내 컵 받침을 이미 가져갔나. 어쩌면 이 회사는 저를 자리에서 쫓아내는 게 아니라, 저를 자리라는 개념의 적응형 캐릭터로 만든 건지도 몰라요. 어쨌든 이번 주엔 제 자리만큼은 제가 먼저 붙잡아볼 생각입니다. 붙잡히면… 그땐 그 자리도 제 운명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