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이 칭찬을 할 때 분위기가 이상함
오늘도 출근하자마자 팀장님이 저한테만 유난히 밝은 얼굴로 다가오셨다. 근데 문제는, 그 밝음이 평소에 “좋은 아침입니다” 같은 느낌이 아니라… 뭔가 시험 전날처럼 묘하게 긴장되는 밝음이었어. 나는 벌써 심장이 쿵 내려앉는 걸 느꼈다. 팀장님이 칭찬을 하면 보통 일이 편해지는 게 아니라, 그 칭찬이 곧 다음 폭탄의 예고편이거든.
팀장님이 책상 옆에 서서 한숨 돌리듯 말했지. “야, 너 이번에 자료 정리한 거… 진짜 잘했어.” 그 순간은 분명 칭찬이 맞는데, 목소리 톤이 너무 정확하게 ‘정답’만 찍고 지나가는 톤이었어. 보통 칭찬하면 이유가 막 이어지거나, 디테일이 붙기 마련인데 팀장님은 딱 한 문장 하고 말을 끊더라. 그리고는 웃으면서 종이 한 장을 툭 던지듯 내 쪽으로 밀었어.
종이에는 제목이 적혀 있었는데, 내용은 뻔했지. “다음 주 발표자료 보강 요청(긴급)”. 나는 그 종이를 받자마자 머리가 띵해졌다. 칭찬을 하면서 긴급을 붙이는 패턴… 이건 이미 내 인생에서 여러 번 당한 공식이야. 그래서 나는 최대한 태연하게 “감사합니다 팀장님, 근데 이건 제가 추가로…?”라고 물었고, 팀장님은 바로 “응. 그런데 너라서 가능할 것 같아”라고 하더라.
근데 여기서 진짜 이상했던 건, 팀장님이 칭찬하는 방식이 매번 똑같았다는 거야. 마치 누가 녹음 버튼 눌러놓은 것처럼, 똑같은 표정과 똑같은 타이밍으로 “너 잘하고 있어”를 던져. 그러면 나는 마음속에 ‘오케이 이번엔 편하겠구나’라고 잠깐 착각을 하고, 30분 뒤에는 꼭 추가 작업이 붙는다. 그때부터는 내가 칭찬을 믿는 게 아니라, 칭찬의 문장 구조를 분석하게 돼. “잘했어” 다음엔 “그러니까”가 오고, “그러니까” 다음엔 “이번 건”이 오거든.
그날도 나는 순간적으로 또 속아 넘어갈 뻔했어. 발표자료가 너무 급해서, 우선순위 정리부터 들어갔거든. 그런데 팀장님이 갑자기 내 옆에 와서 모니터를 보면서 한마디를 더 했어. “너 이런 거 할 때 보면, 진짜 깔끔하잖아.” 그 말 자체는 칭찬인데, 문제는 뒤에 붙는 말이 항상 숨겨져 있다는 거지. 팀장님이 “깔끔하잖아”를 말하고는 잠깐 멈췄다가, 눈을 반짝이며 “그래서 네가 초안 잡아줘”라고 결론을 냈어.
나는 순간 진짜 웃음이 나올 뻔했어. 칭찬이란 게 보통은 기분 좋게 끝나야 하는데, 팀장님은 칭찬을 하면서도 업무 요청을 손가락으로 지시하듯이 던지더라고. 그래서 나는 내 머릿속에 이런 문장을 저장해버렸어. “팀장님 칭찬 = 요청서의 포장지”. 이걸 저장하고 나니까 마음이 좀 편해지긴 하더라. 적어도 ‘속는다’는 감정은 줄고, ‘아 또 시작이구나’라는 체념이 생기니까.
그런데 이상한 건, 팀장님이 나만 칭찬한다는 거야. 다른 사람들한테는 그냥 “이거 해줘”라고 바로 지시하는데, 나한테만 꼭 “잘했어”를 먼저 붙여. 그래서 동료들도 다들 눈치를 채고 있더라. 점심에 다 같이 밥 먹는데, 옆자리 후배가 그러더라. “형, 팀장님 칭찬은 무조건 반대급부가 있는 거예요?” 그 말에 나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고, 후배는 자기 번호표처럼 웃으며 “그럼 오늘도 무슨 반대급부 올까요?”라고 물었지.
결국 그날 반대급부는 발표자료 파일 업로드부터 시작해서, 질문 예상 리스트 작성, 그리고 슬라이드 문장 다듬기까지 이어졌어. 근데 재밌는 건… 팀장님은 내 작업이 진행될수록 또 칭찬을 덧붙였다는 거야. “이 문장 표현 좋다.” “이 그래프 배치 깔끔하네.” “너 진짜 꼼꼼하다.” 칭찬이 마치 연료처럼 계속 들어오는데, 엔진은 계속 일만 시키고 있는 느낌. 그래서 나는 어느 순간부터 칭찬 들을 때마다, 귀가 아니라 마음이 먼저 긴장하는 버릇이 생겼다.
마지막으로 팀장님이 발표 전날 밤에 메시지로 또 칭찬을 보냈어. “내일 너 발표 진행도 잘할 것 같아. 너 그거 잘하잖아.” 그런데 나는 그 메시지를 보면서도 이상하게 마음이 한 번 내려앉았지. 이유는 간단해. ‘잘할 것 같아’라는 말이 나오면 거의 99% 확률로, 내일 무조건 발표가 추가로 붙거나 역할이 바뀌거든. 그래서 다음 날, 내가 발표를 하려는데 팀장님이 갑자기 “너가 오늘 Q&A 대응도 해줄 수 있지?”라고 물었을 때, 나는 이미 표정이 준비돼 있었어. 그리고 팀장님이 내 얼굴 보더니 한 번 더 웃으며 말했지. “역시 너 준비 잘했네.”
돌아오는 길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칭찬을 들을 때마다 긴장하고, 긴장할수록 더 잘하게 되는… 이게 팀장님 방식의 신기한 동기부여였던 거지. 물론 칭찬 뒤에는 일이 붙지만, 그 와중에 내가 계속 성장하는 게 맞긴 하더라. 그래서 오늘도 출근하면 준비를 하게 돼. 팀장님이 입을 여는 순간, 난 이미 마음속에서 버튼을 누르지. “좋은 말 나왔으니, 이제 또 시작이구나.” 근데 이상하게도 그걸 깨닫는 순간부터, 칭찬이 조금 덜 무섭고 더 웃기게 느껴진다. 그러니까… 팀장님 칭찬은 분위기를 이상하게 만들지만, 결국 우리 팀이 굴러가게 하는 이상한 윤활유 같은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