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이 늦어서 전화했더니 들은 말
배달이 늦어서 전화했더니 들은 말이 아직도 웃기면서도 좀 찜찜하다. 그날도 평소처럼 늦은 시간에 시켜 먹었는데, 앱에서는 “조리 중”이 “출발”이 되고, 다시 “혼잡”이 되고… 결국 예상 도착 시간이 한 시간 단위로 늘어나더라. 그래서 나도 참다참다 전화했지. 전화를 받자마자 목소리가 되게 침착한데, 그 침착함이 오히려 더 불안했다.
“고객님, 혹시 주문 확인 가능할까요?”라고 하길래 나는 당연히 가능하다고 말하려고 했어. 근데 상대가 갑자기 아주 조용한 목소리로 “고객님, 지금 주문하신 메뉴가요…” 하더니 잠깐 멈추는 거야. 나는 설마 누락인가? 잘못 나간 건가? 이런 생각을 하는데, 그다음 말이 너무 뜬금없어서 멈칫했다.
“고객님, 지금 배달원이요… 배달을 하시는 중이 아니라 사이렌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나는 진짜로 “네?” 싶어서 되물었다. 사이렌 연습이라니, 이게 무슨 상황이지. 배달원이 사이렌 소리를 연습한다는 게 가능한가? 혹시 배달 오토바이가 아니라 공사 현장 같은 데 소방 훈련이라도 뛰는 건가 싶었는데, 상대는 태연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저희 매장 규정이 있어요. 배달 출발 전에 잠깐 소리 내서 길을 찾는 연습을 하거든요. 고객님도 들으셨을 거예요. ‘삐-비빅’ 같은 거요.”
근데 문제는… 나는 전화하기 전에 이미 내 골목에 오토바이 소리가 한 번 났거든. 근데 그때는 분명히 배달 온 소리 같았는데, 이상하게도 “삐-삐-” 하다가 끝나고 또 한 번 길게 울리더라. 나는 그걸 그냥 지나가는 사람의 장난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게 사이렌 연습이었다는 거다. 그 순간 머릿속에서 “내가 뭘 보고 있었지?”라는 생각이 싹 올라왔다. 알고 보니 내 시간만 갈려나가고 있었던 거지.
나는 그래도 “그럼 언제쯤 도착해요?”라고 물었어. 상대는 “사이렌 연습이 끝나야 출발이 됩니다”라고 다시 말하더라. 나는 그 말에서 이미 멘탈이 반쯤 풀렸는데, 이유는 이해가 안 되어서가 아니라 너무 당당해서였다. 보통 이런 상황이면 죄송하다고 하면서 대체 메뉴나 시간 보정 얘기가 나오잖아. 근데 그분은 마치 매뉴얼을 읽듯이 설명했어.
그래서 내가 “그럼 연습은 몇 분 정도 걸리나요?”라고 묻자, 돌아온 답이 더 충격이었다. “보통 고객님이 전화 오실 때까지요. 지금 고객님이 연락 주셨으니, 연습은 완료됐습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내가 지금 뭘 도와준 건지 싶었다. 내가 주문을 기다린 게 아니라, 배달원이 완성도 높은 사이렌 사운드를 뽑아내기 위한 시험자가 된 느낌. 잠깐 뒤에 진짜로 배달원이 도착하더라. 문 앞에 음식을 내려놓고 가면서, 마치 임무를 마친 사람처럼 짧게 “감사합니다” 하고 사라졌는데, 그 “감사합니다”도 왠지 훈련받은 톤 같아서 더 웃겼다.
물론 음식은 맛있었고, 배달도 생각보다 늦은 건 맞긴 하지만, 전화해서 들은 말이 너무 황당해서 계속 생각나더라. 배달이 늦으면 보통 “죄송합니다, 길이 막혀서요”가 정석인데, 그날은 “사이렌 연습 중이었습니다”라는 말로 내 하루를 리셋해버렸지. 지금도 가끔 골목에서 ‘삐—삐빅’ 소리가 들리면, 혹시 그게 내 다음 배달의 도착 신호일까 하고 혼자식 웃음이 나온다. 결국 그날의 결론은 이거다. 배달은 늦을 때가 있지만, 사이렌은 늘 정시에 울리려는 마음이 있다는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