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끝나고 집 가려는데 카드가 안 됨
야근 끝나고 집 가려는데 카드가 안 됨. 오늘따라 퇴근 버튼 누르는 순간까지는 멀쩡했는데, 정작 편의점에서 도시락 결제하려고 카드 대는 순간부터 인생이 탁 막히더라. “삑-” 하고 기계가 거절하는 소리 들리는데, 그 소리가 진짜로 마음을 찢는 느낌이었음.
처음엔 단순히 단말기가 먹통인가 싶어서 다시 대봤지. 손에 땀도 좀 있고 해서 제대로 안 읽힌가 싶어서 한 번 더. 그런데 화면에 떠 있는 문구가 계속 똑같이 “거래 불가”였어. 아니 지금은 야근이 끝났고, 나는 집으로 가고 싶은 평범한 사람일 뿐인데… 왜 자꾸 나를 붙잡아?
카드 들고 직원 호출 버튼 누르기도 애매해서, 일단 다른 카드는 없나 하고 지갑을 뒤졌어. 분명 월급날에 넣어둔 카드가 2장이었는데, 한 장은 어디론가 사라져 있더라. 이쯤 되면 현실이 아니라 미스터리 영화 찍는 기분이야. 분명 어제까지는 있던 것 같은데, 오늘은 내가 어디서 떨어뜨린 건지조차 기억이 안 남.
그래도 편의점은 포기 못 하지. 휴대폰으로 간편결제도 되잖아? 했는데 여기서 또 한 번 벽. 앱은 켜지는데 결제 화면이 계속 “본인확인 필요”로 튕기더라. 야근 내내 회사 와이파이 쓰고 다녔더니 인증이 꼬인 건가? 아무튼 나는 집에 가야 하는데, 인증 절차는 점점 더 길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가장 현실적인 선택, 현금이 있나 확인. 지갑 맨 밑에 “언젠가 쓰겠지” 하면서 넣어둔 동전들이 몇 개 있긴 했는데, 그걸로 결제 가능한 금액이 아니잖아. 결국 편의점 매대 앞에서 내 인생의 우선순위가 “결제 가능한가”로 바뀌는 걸 느꼈다. 이거… 퇴근 후의 평온함은 이미 끝났어.
직원한테 조심스럽게 물어보니까, “카드 쪽이 아니라 단말기 오류일 수도 있어요. 다른 결제 수단 써보세요” 이러는 거야. 다른 결제 수단이 있는데 내가 이 시간에 여기 앉아있겠냐고. 속으로는 투덜거렸지만, 결국 직원이 카드 단말기를 새로 띄우고 다시 한 번 해보자고 하더라. 그 순간 내 심장이 “제발 읽혀라”를 반복 재생했지.
새 단말기에 카드를 가져가는데, 그 짧은 찰나가 진짜 길게 느껴졌어. 손가락 끝이 떨리더라. 삑 하고 소리 나더니 이번엔 화면이 바로 넘어가서 “승인” 뜨는 거야. 순간에 안도감이 확 올라오는데, 동시에 너무 허무했다. 왜 이렇게까지 고생했지? 결제 하나로 하루의 감정이 리셋될 줄 누가 알았냐고.
근데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어. 결제는 성공했는데 영수증을 보니까, 이상하게도 내가 어제 산 커피랑 날짜가 꼬여서 찍힌 거야. 그래서 다시 직원한테 물어보려다가, 또 귀찮게 할까 봐 말은 못 하고 그냥 접어 넣었지. 집 가서 확인해보려 했는데, 집 가는 길에 버스 기다리다가 보니 또 카드가 생각나더라. “승인됐으면 됐지” 하는 게 내 뇌의 결론인데, 계속 찝찝함이 남는 거 있지.
집 도착해서 차분히 앱을 보니까 다행히 금액은 정상이고, 영수증만 이상하게 찍힌 거더라. 그제야 내가 느낀 건 “그래, 세상은 완전한 악역이 아니구나” 같은 감정이었어. 오늘 밤은 편의점 도시락으로 배 채우고, 영수증은 그냥 사진 찍어 보관. 그리고 내일 아침에는 분명 회사 출근길에 똑같은 카드로 “아무 일 없던 척” 결제하겠지.
근데 웃긴 건, 카드가 갑자기 안 됐던 그 순간부터 내가 갑자기 인생을 철학적으로 생각했다는 거야. 야근 끝나고 집 가려는데 카드가 안 됨 → 그럼 내가 지금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시스템이 나를 잠깐 시험한 거 아닐까?… 결론은 그냥 기계가 멍청했거나, 내가 손에 땀을 너무 묻혔거나 둘 중 하나. 아무튼 오늘 같은 날은 “퇴근은 성공했으니 됐다” 하고, 영수증은 나중에 웃으면서 버리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