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마주 앉은 사람과 공통점
카페에서 주문하는 동안 매장 안이 생각보다 조용하길래, “여긴 진짜 사람 구경용 카페인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저는 창가 쪽 빈자리 찾다가, 마침 맞은편에 앉은 분이랑 눈이 딱 마주쳤어요. 그 순간부터 이상하게, 그냥 낯선 사람인데도 왠지 모르게 같은 편 느낌이 들더라고요.
처음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이어폰 줄을 정리하다가 그분도 휴대폰 화면을 같은 방식으로 위아래로 스크롤하길래, 그냥 습관이겠지 했죠. 근데 커피를 받고 앉자마자 또 한 번 느꼈어요. 그분도 메뉴판에서 똑같이 ‘콜드브루’ 쪽을 보고, 저는 ‘콜드브루 기본’이 적힌 종이를 보다가 결국 같은 걸로 주문했거든요. 이게 우연이라면 너무 친절한 우연이잖아요.
대화는 안 했어요. 솔직히 카페에서 처음 보는 사람에게 “우리 뭐가 같은데요?” 하면 그 순간부터 분위기가 깨질 것 같아서요. 대신 둘 다 눈앞에 놓인 종이컵 위의 스티커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걸 봤어요. 저는 스티커에 적힌 영어가 신기해서 한 번 읽어보고 있었고, 그분도 똑같이 그 영어 부분에서 손가락을 멈추더라고요. 그분 표정이랄까, “이건 무슨 뜻이지?” 같은 느낌이 딱 제 생각이랑 일치했어요. 그래서 저도 속으로 “아, 나랑 같은 급이구나” 하고 안심했죠.
그다음 공통점은 더 황당했어요. 저는 노트에 메모를 하려고 펜을 꺼냈는데, 그분도 똑같이 펜을 꺼내면서 아주 미세하게 펜촉을 한 번 탁 쳐서 정렬하더라고요. 저는 그냥 습관이라 그랬는데, 그분도 그 동작을 똑같이 하니 순간 멍해졌어요. 이 사람, 내 생활을 몰래 훔쳐본 건가? 라고 생각하자마자 제가 너무 진지해진 것 같아서 바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그리고 음악을 틀어주는 순간에 또 나와요. 카페에서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플레이리스트가 바뀌었는데, 그때 그분도 저도 동시에 화면을 내려다보며 이어폰이 연결된 상태인지 확인했어요. 사실 저는 이어폰을 안 켠 줄 알았는데, 카페 음악을 따라가기 싫어서 그냥 꺼둘 생각이었거든요. 그런데 그분은 “아, 음악 바뀌는 타이밍이다” 이런 얼굴로 무심히 확인하고 있더라고요. 저는 그 표정이 너무 익숙해서, 마치 같은 영상 재생 중인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대화 없는 공통점이 계속 쌓이니까, 어느 순간부터 저는 무의식적으로 그분의 움직임을 관찰하게 되더라고요. 그분이 콜드브루를 한 모금 마실 때도, 저도 거의 같은 타이밍에 빨대를 가져갔어요. 컵을 잡는 손의 각도도 비슷하고, 마시고 나서 바로 화면을 보는 타이밍까지 닮아 있어서요. 이쯤 되면 운명이라고 불러야 하나 싶었는데, 사실 운명은 잘못 건드리면 큰일 나는 거잖아요. 그래서 저는 일부러 펜을 내려놓고 그냥 숨을 고르는 쪽으로 행동을 바꿨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무섭다고만 느낀 건 아니었어요. 오히려 신기하고 좀 웃겼습니다. 둘 다 주문한 게 콜드브루라는 것부터 시작해서, 메뉴판을 보는 방향, 스티커를 읽는 습관, 펜 정렬 방식, 음악 바뀌는 타이밍 확인, 빨대 들이밀기까지. 사람은 다 다르다는데, 카페라는 공간에서는 이상하게도 같은 코드가 돌아가는 순간이 있나 봐요. 그래서 저는 속으로 “오늘 내가 틀어놓은 세계관이 다른 사람에게도 공유됐나?” 같은 생각을 했어요.
마지막으로 진짜 결정타가 있었는데, 그분이 계산할 때 지갑을 꺼내면서 카드 뒷면에 있는 작은 메모를 확인하더라고요. 저는 제 지갑 속에서도 같은 위치에 메모가 붙어있어요. 거기엔 누가 써줬는지 모르겠는 말인데, “급할 때 숨부터 고르기” 같은 문구였거든요. 저는 그 문구를 보고 한 번 웃고 말았는데, 그분도 똑같이 미세하게 웃더라고요. 웃음 크기가 비슷해서 더 확실했어요.
결국 저는 용기 내서 한 마디만 했어요. “혹시… 저도 급할 때 숨부터 고르라는 문구 적혀 있었는데, 혹시 그 메모 보셨어요?”라고요. 그분이 놀라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더니 “저도 봤어요. 누가 비슷한 거 나눠줬나 봐요” 하고 웃었어요. 그 순간 제가 느낀 공통점은 취향도 아니고, 습관도 아니고… 결국 사람은 결국 비슷한 순간에 같은 말을 필요로 한다는 거더라고요. 카페에서 맞은편 사람과 공통점을 찾는 게 꼭 대단한 운명은 아니지만, 어쩌면 우리 마음이 같은 타이밍을 기다리는 건가 싶어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 이상하게 기분이 가벼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