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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비가 음식값보다 비싸진 날

2026-10-31 20:41:09 조회 1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배달비가 음식값보다 비싸진 날이 있어. 정확히 말하면, 내가 “오늘은 배달앱을 켠 내 손가락이 승리했다”라고 자부하던 그날 말이야. 퇴근하고 문 앞에 도착할 때까지는 분명 신나야 정상인데, 주문 누르자마자 화면이 먼저 나를 패배시켰다.

처음엔 그러려니 했지. 요즘 배달비가 원래 오르는 건 어쩔 수 없잖아. 그런데 메뉴판에서 가격을 보는데, 내가 고른 치킨 한 마리가 1만 4천 원인데 배달비가 1만 6천 원이더라. 아니… 치킨은 먹으면 끝인데, 배달비는 그냥 “도착하기 전의 감정”에 붙는 세금 같잖아.

나는 계산을 다시 했어. 혹시 내가 잘못 본 건가 싶어서 새로고침도 하고, 다른 가게도 비교했는데 결과가 같더라. 심지어 어떤 곳은 음식값 9천 원, 배달비 1만 원이라서 “이건 배달을 사는 거지, 음식을 사는 게 아니구나” 싶었어. 그 순간부터는 내가 고객인지, 배달기사님을 위한 정기후원자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배가 고프면 마음이 약해지는 법이잖아. 나는 결국 가성비를 포기하고 “그래도 지금 오면 맛있겠지”라고 스스로를 위로했어.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 직전까지 갔는데, 앱이 또 한 번 친절하게 알려주더라. 예상 도착 55~70분. 그 70분이란 말이 뭔가 묘하게 길게 느껴져서, 마치 “기다리는 동안 너의 의지는 사라집니다” 같은 경고로 읽혔다.

결제 누르고 나서도 찜찜함은 계속됐어. 누군가는 “배달비가 비싸면 직접 가서 사 먹으면 되지”라고 할 수 있지. 근데 내가 직접 가서 사 오면, 그건 그거대로 또 문제야. 첫째, 밖에 나가기 싫고. 둘째, 내가 걸어가면 편의점에서라도 뭔가를 사 먹게 되니까. 결국 나는 차라리 배달앱을 켜고 죄책감까지 같이 결제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배달기사님께서 연락 오는데, 대화가 진짜 웃기게 흘러가. “지금 출발할게요. 혹시 배달 주소 바뀐 거 없으세요?”라고 묻길래, 나는 “주소는 그대로고… 배달비만 바뀐 것 같아요”라고 말할 뻔했어. 대신 “네, 그대로예요. 감사합니다”만 겨우 보냈지. 기사님은 자기 할 일 하시는 건데, 내가 돈 생각한다고 사람한테 감정을 실으면 안 되잖아. 다만 속으로는 계속 계산하고 있었어. 내 치킨이 배달료를 내고 있는 건지, 배달료가 치킨을 품고 있는 건지.

그러고 60분쯤 지나서 문 앞에 도착했는데, 박스 크기가 진짜로 내 기대를 배신하더라. 치킨이 작아 보이진 않는데, 배달비의 존재감이 너무 커서 내가 뭘 샀는지 다시 생각하게 됐어. 포장 열자마자 “아, 그래도 맛은 있네” 싶긴 했는데, 기쁨이 끝나기도 전에 다시 떠오르는 계산이 있어. 한 입 먹고 나서도 “이게 내가 낸 배달비의 과일 포장지였나?” 같은 생각이 올라오더라고. 가격표를 뒤집어보는 습관이 생겼는데, 진짜로 영수증이 내 마음을 때리는 느낌이야.

그날 이후로 배달앱은 나를 친구처럼 보이게 하려고 하지만, 나는 이제 경계가 생겼어. 메뉴판 볼 때부터 배달비가 먼저 눈에 들어와. 어떤 날은 음식이 1만 원이어도 배달비가 1만 원이면, 나는 그 순간부터 그냥 “결제 버튼은 내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버튼”이라고 생각해버려. 그래서 요즘은 주문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질문을 던져. 이건 치킨을 사는 건가, 아니면 내 마음을 배달시키는 건가?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마음, 늘 같은 곳으로 도착하더라. 배고픔이라는 주소로.

결론은 간단해. 배달비가 음식값보다 비싸진 날, 나는 깨달았지. 배달앱은 맛을 배달하는 게 아니라, 기다림과 계산과 자존심을 한 세트로 포장해서 보내는 곳이라는 걸. 오늘도 누가 배달비 얘기하면, 나는 웃으면서 말해줄 수 있어. “괜찮아, 언젠가 진짜로 음식값이랑 배달비가 역전되는 날이 와. 그때부터 인간이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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