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에서 산 가전제품, 전원이 안 켜져서 난감했던 경험
당근에서 산 가전제품, 전원이 안 켜져서 난감했던 경험, 진짜 이거는 아직도 생각만 하면 웃프다. 얼마 전 중고로 싸게 산 전자렌지가 있었는데, 제품 상태도 괜찮고 가격도 착해서 바로 결제했다. 근데 집에 와서 설치하고 전원 버튼 누르는데… 딱 멈춘 거다. 아무 반응도 없었다.
처음엔 당연히 콘센트 문제인가 싶어서 여러 구석에 꽂아봤다. 멀쩡한 전기포트 꽂았던 콘센트에다가 다시 꽂아도 똑같았다. '어라? 이상하다' 하면서도 나름 마음을 가다듬고 전자렌지 뒷면 뚜껑 열어볼 생각까지 했었는데, 그거 하다가 혹시 전원 코드 쪽 문제인가 싶어서 코드도 꼼꼼히 체크했다.
다행히 전원 코드도 문제 없었고, 설명서도 다시 찾아보고 인터넷에 전자렌지 고장 관련 글도 읽으며 원인 파악에 몰두했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전원이 원래 안 들어온다는 걸 산 사람 후기에서 본 적이 있었던 게 떠오르면서 속이 더 쓰렸다. ‘아… 이거 내 실수인가?’ 하는 느낌.
그래도 혹시나 해서 당근 판매자한테 다시 연락해봤다. “전자렌지 전원이 그냥 안 켜지는데요?” 했더니, 판매자도 다른 데선 잘 쓴 거 맞다면서 ‘한 번 본 적이 없어서..’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뭔가 서로 어영부영 넘어가려고 하는 느낌이 강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실패를 만회하고자 인터넷 강의를 들어가며 집안 전기 상태까지 확인했다. 집에 다른 가전들도 잘 돌아가는 걸 확인하고 다시 전자렌지를 꺼내 자세히 들여다보니, 으잉? 뒷면에 보니까 퓨즈가 나가 있는 듯한 자국이 보였다. 혹시 그럼 이 작은 부품 하나만 교체하면 될까 하면서 인터넷으로 퓨즈 주문했다.
일주일 기다려서 퓨즈 받고 바꿔봤다. 그리고 기적처럼 전원이 켜졌다. 갑자기 버튼 누르니까 내부 불도 들어오고, 삑 소리도 나고, 심지어 테스트용 팝콘 봉지를 돌리는 순간 진짜 뭔가 내 손으로 고쳤다는 느낌이 쏴~ 하고 올라왔다.
근데 이 성공담에도 웃픈 점이 있다. 주문시부터 시작해 퓨즈 교체까지 이 며칠 동안 내 마음은 ‘제대로 된 가전 바보’가 된 느낌이었으니까. 원래는 그냥 전자렌지 돌려서 밥 덥히고 끝날 일인데, 이걸로 내가 기술자라도 된 양 이것저것 만지작거렸으니 말이다.
게다가 이때 알게 된 게, 중고 가전제품은 전원이 잘 켜진 것 같아도 속은 다시 꼼꼼히 확인해 봐야 한다는 점이다. 헤어진 연인처럼 표면은 멀쩡해도 속은 알 수 없듯, 당근 거래는 항상 조심조심해야겠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결국 전자렌지 사건 이후로는 중고 가전 산다고 해도 ‘전원 테스트는 기본’이라는 나만의 규칙을 만들었다. 그래도 이번 경험 덕분에 뭐든 꼼꼼히 살펴보는 버릇이 생긴 건 나쁘지 않다 생각한다. 어쩌면 이 난감한 경험이 나를 조금 더 똑똑하게 만들어준 셈인 걸 수도 있겠다.
그래도 역시 당근에서 산 가전은 모험이다. 다음에 또 살 땐 과연 어떻게 될지… 솔직히 미지수지만, 다음에는 꼭 ‘켜지는’ 전자렌지가 오길 기대한다. 아니면 다음번에는 전원 버튼 한번 눌렀을 때 바로 ‘삑’ 소리가 나는 반가운 소식만 들렸으면 좋겠다. 이게 다 나름의 인생 공부라 생각하면, 피식 웃음이 절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