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 초년생이 겪는 웃음 터지는 집안 문제들
자취 초년생인 나는 어느 날 늦은 밤, 갑자기 부엌에서 나는 이상한 소리에 잠에서 깼다. 뭔가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쿵쿵' 하는 소리가 집안을 울렸다. 무슨 일인가 싶어 조심스레 부엌으로 나갔는데, 알고 보니 나 혼자 산다고 방심했더니 설거지 대신 쌓인 그릇들이 탑을 쌓고 무너지는 중이었다.
처음엔 ‘아, 그래도 이 정도면 정돈된 편이지’ 했는데, 그 다음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은 뭔가 터진다. 전자레인지에 뚜껑 안 닫고 돌려서 전자레인지 안이 난장판 되는 건 기본이고, 냉장고 문을 대충 닫아서 야채들이 소풍 갔다 온 줄 알았던 적도 있다. 게다가 쓰레기봉투를 제대로 묶지 않아 바닥에 쓰레기 파티가 벌어진 날은 진짜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싶을 정도로 한심했다.
내 방은? 이건 또 다른 이야기다. 청소기를 사자마자 거울이랑 한 몸처럼 달라붙는 먼지들을 보니 차라리 보이지 않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새벽에 먼지를 청소하겠다고 집게손가락에 먼지 한 가득 묻혀가며 집중할 때면, 이게 도대체 인생 놀이인가 하는 자괴감마저 들었다.
더 웃긴 건, 어느 날은 뜨거운 물을 받으려고 욕실에 간 순간. 물이 갑자기 끊기더니 온수기가 고장 났단다. 물 끊긴 욕실에서 찬물 샤워를 하면서 ‘자취하면서 이 정도는 겪어줘야지’ 하며 혼자 자기 위안했다. 하지만 그날 저녁 친구에게 전화해서 이런저런 상황을 털어놓는데, 친구가 그 상황을 듣더니 “너 진짜 자취 고수다”라며 웃었다.
요리도 마찬가지다. 나는 자칭 ‘요리 초보’라 요리책 보고 따라 하려 하는데, 조미료를 잘못 넣어 간장이 된 느낌의 국물이 탄생하거나, 밥통에 물을 너무 많이 넣어 설탕물 밥이 되기도 했다. 한 번은 밥솥 뚜껑을 안 닫아서 밥이 버터처럼 딱딱해져서 ‘이래서 자취생들은 매 순간이 실험실이구나’ 하고 깨달았다.
가끔은 집에 혼자 있다고 심심해서 인생 드라마를 찍는 셈 치고 셀카도 찍는데, 사진 속 나는 왠지 모르게 '이게 과연 정말 내 모습인가?' 하는 알 수 없는 표정 을 짓고 있다. 거울 앞에서 ‘오늘은 내가 좀 다르게 보인다’면서 개그맨처럼 웃다가도 문득 외로움이 몰려올 때도 있다.
그러다 어느 날, 바쁜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왔는데 현관문에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원인을 찾아보니 오래된 음식물이 싱크대 아래에서 슬며시 썩고 있었다. “역시 집은 내가 지켜야 한다”는 다짐을 하면서도 동시에 ‘이런 귀찮은 일도 다 자취 초년생의 성장통이다’ 생각하며 웃었다.
이런 자취의 작은 문제들이 때론 너무 답답하게 느껴지지만, 가만히 돌아보면 이런 일화들이 모여 내가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생각이 든다. 집안 곳곳에서 터지는 문제들을 해결해가면서 조금씩 ‘진짜 어른’이 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아직도 주방에서 불 조심하다가 소화기를 꺼내야 할 뻔한 일도 있었지만, 그런 경험들이 나를 조금 더 튼튼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결국 자취 초년생이 겪는 웃음 터지는 집안 문제들은 작은 실패와 웃음, 그리고 성장의 연속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쓰러져 가는 설거지 탑을 바라보면서 미소를 짓는다. 언젠가는 이 모든 게 추억이 되겠지, 라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어쩌면 자취는 나 자신을 좀 더 사랑하게 되는 기회일지도 모르겠다. 피식, 인생 참 별 것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