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열린 족구 대회, 내 의외의 승부욕
회사에서 열린 족구 대회, 생각보다 사람이 엄청 많았다. 평소에 족구는커녕 공 하나 제대로 차본 적도 없는데, 갑자기 팀장님한테 “이번 대회 나가자!” 해서 멘붕 왔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런 운동회 같은 거, 구경도 귀찮아서 잘 안 가는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동료들한테 밀려나듯 억지로 끌려 나갔는데, 이게 웬걸? 정말 그날 따라 내 안에 잠들어있던 승부욕이 깨어났다.
경기 시작하자마자 나는 일단 최대한 몸만 움직였다. 공이 내 쪽으로 오면 무조건 받으려고 애썼고, 실수해도 얼굴에 티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근데 신기하게도 할수록 점점 재미있어지더라. 팀원들이랑 서로 호흡 맞춰가면서 공을 주고받는 게 뭔가 쓸데없이 신났다. 평소에 회식 자리에서 웃기던 그 팀원도 여기선 진짜 진지한 눈빛으로 뛰고 있었다.
특히 내가 의외로 잘할 줄 몰랐던 게, 족구에서 키 플레이어가 되는 순간이었다. 내가 발로 공을 튕겨서 제대로 상대 쪽으로 넘겼는데, 팀원들이 갑자기 “야, 너 족구 천재 아니냐?” 하고 놀리기 시작. 평소엔 그저 그런 평범한 직장인인데, 이상하게 그 순간만큼은 주인공 된 기분이었다. 내가 이렇게 뜨거운 승부욕을 가진 사람이었나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점점 체력이 떨어지면서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고, 마지막 세트에서는 공을 제대로 받지도 못했다. 그래도 팀원들이 격려해줘서 참 다행이었다. 그날은 족구를 배우거나 운동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함께 땀 흘리고 웃는 게 더 중요하구나 새삼 느꼈다.
이후로도 회사에서는 족구 이야기가 종종 나왔다. “너 진짜 어제 그 장면 봤냐? 깜짝 놀랐잖아!” 하며 동료들이 장난스럽게 놀려댔다. 나도 이상하게 그 칭찬이 싫지 않아서 괜히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평소엔 얌전한 이미지인데, 운동할 땐 또 이렇게 달라질 수 있구나 싶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회사 운동회나 대회가 있으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족구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도 기웃거리면서 승부욕에 불을 지피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어쩌면 업무 스트레스도 이렇게 적당히 운동하며 풀어야 하는 건가 싶었다. 물론 족구 실력은 아직 초보지만, 마음가짐은 확실히 달라졌다.
그런데 웃긴 건, 승부욕이 생긴 건 좋았는데 그 다음 날부터 온몸이 쑤시고 아팠다는 거다. 평소 안 하던 운동을 무리하게 해서 그런지 근육통이 며칠 동안 계속됐다. 그래서 결국 팀장한테 “다음부터는 좀 적당히 하자”는 농담도 던졌다. 운동이든 뭐든 적당함이 중요한 법이니까.
회사에서 열린 족구 대회를 생각하면 아직도 그날의 들뜬 마음이 떠오른다. 내가 이렇게까지 열정적으로 스포츠에 임할 줄은 몰랐고, 승부욕에 눈이 멀어 잠시나마 ‘나도 운동 선수감 아니냐’는 착각에 빠졌던 순간들이 소소한 재미였다. 지금도 가끔 그날 영상을 보면 웃음이 나온다.
결국 그 대회는 우리 팀이 우승하지는 못했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이미 챔피언이었다. 승패보다 중요한 게 함께 하는 즐거움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낀 하루였다. 그리고 다음번엔 다리 근육 풀어주는 스트레칭부터 철저히 준비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냥 피식 웃으면서 마무리하자면, “운동은 역시 나중에, 내일부터”라는 내 좌우명은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마음 한켠에 그날의 달뜬 승부욕은 아직도 작게 불타고 있다는 사실, 아마 아무도 모를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