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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자취방 냉장고 정리하다 발견한 의문의 도시락

2026-04-25 05:41:12 조회 1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첫 자취방에 이사 온 지 벌써 보름째, 오늘은 왠지 냉장고 정리를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냉장고 문만 열었다 닫았는데, 이제는 진짜 깨끗이 정리 좀 해보자 싶어서였다.

냉장고 문을 열고 보니, 예상대로 종류도 모를 소스 병들이 가득이고, 유통기한이 지난 치즈 슬라이스와 며칠 전에 산 채소들까지 각종 잡동사니가 한가득이었다. 숨만 쉬어도 쩍쩍 마른 김치 국물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게 있었으니, 바로 냉장고 구석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던 도시락 통 하나였다. 분명히 내가 넣은 건 맞는데 전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외관은 얼핏 보기에는 멀쩡해 보였지만, 얼핏 봐도 시간이 좀 지난 것 같았다.

호기심에 조심스레 뚜껑을 열었는데, 도시는 한순간에 내 표정을 바꿔놓았다. 안에는 익숙한 반찬도 있었고, 정성스럽게 싸인 것 같았는데, 그것도 뭐랄까, 누가 봐도 가방 속에서 방치된 지 오래된 그런 느낌이었다. 살짝 코를 대자마자 온갖 추억과 함께 쌉싸래한 냄새가 올라왔다.

그 순간 갑자기 머릿속에 스치던 생각, “이거 혹시 누가 몰래 놓고 간 거 아냐?” 멀쩡한 도시에다가 내 이름도 없는 것 같은데, 무슨 이유인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청소하는 김에 치워버려야겠다는 생각 하나만 가득했다.

근데 이게 웬걸, 도시락 안에 한 장의 쪽지가 숨어 있는 걸 발견했다. 쪽지에는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이 도시락, 나도 먹어봤는데 무사히 잘 살고 있어. 네가 나를 이해해줘야 해. 잘 부탁해.’ 이런 뭐랄까, 도시락과의 신비한 대화가 적혀 있었다.

한참을 멍하니 쪽지를 들여다보다가 갑자기 이 모든 게 내 자취생활의 메타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하는 생활이라는 게 가끔은 이렇게 미궁에 빠진 채 발견하지 못한 무언가와 마주하는 것 같달까.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 오롯이 자기만의 이야기.

그래서 결심했다. 이 도시락은 그냥 버리지 말고, 언제가 추억할 날에 다시 꺼내보기로. 아마 그날은 내가 자취생활에 조금 더 익숙해졌거나, 아니면 지금 이 순간처럼 혼자 한참 웃거나 그럴 때일 거라 생각했다.

냉장고 정리는 계속해서 또 다른 ‘의문의 식재료’를 발견하며 이어졌지만, 그 도시락이 제일 기억에 남았다. 누가 알까, 다음 번엔 진짜 신기한 무언가가 나타날지.

결국 첫 자취는 이렇게 '도시락 신비주의'와 함께 시작했다는 얘기. 언젠가 이 도시락이 내게 다시 말을 걸 때가 오면, 그땐 아마 혼자 피식 웃으며 “아, 이 녀석 또 왔구나” 하고 반가워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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