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최신글
유머/짤방 유머 추천 0

자취하면서 처음으로 맞이한 한파와 생존기

2026-04-28 10:41:16 조회 8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자취하면서 처음으로 맞이한 한파와 생존기, 이거 말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빙하기 체험이었다. 갑자기 찬바람이 불고, 난방비 아끼려고 전기는 최소한으로 썼더니 집이 냉장고 속에 갇힌 기분이었다. 이불 속에서 꼼짝도 못하고 핸드폰 화면만 들여다보면서 ‘살려줘’만 연발했다.

8층 맨 위라 그런지 바람 소리가 장난 아니었다. 창문 틈새로 계속 바람이 새어 들어와서 손만 대도 얼얼했다. 보일러를 틀어도 금세 식는 거 보면 단열이 얼마나 안 되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전기장판도 처음엔 괜찮았는데, 밤새 켜면 전기세 걱정에 마음이 불편해 들여다보는 게 습관이 됐다.

한번은 너무 추워서 냉장고에 넣어둔 두유가 얼어버린 거 보고 완전 멘붕 왔다. ‘이 정도면 냉동고 아니냐’ 싶었는데 알고 보니 내부 기온이 0도 이하로 떨어졌더라. 먹으려고 꺼낼 때 얼음 덩어리 된 두유를 보면서 한숨만 나왔다. 이러다가 나도 얼어 죽는 거 아냐?

뭐 제대로 된 난방용품들이 없는 상태에서 생존 전략은 간단했다. 먹고, 입고, 누워있기. 두꺼운 옷을 껴입고, 목도리는 24시간 착용, 그리고 이불 속에 진을 치고 핫팩을 수도 없이 붙였다. 그래도 발끝이랑 손가락 끝은 항상 얼얼해 “이게 사람 사는 집 맞냐” 싶었다.

그래도 한참 지나니 한가지 깨달음이 생겼다. 움직여야 온기가 돈다. 이불 속에서 꼼지락거리는 게 아니라 방 안에서 가볍게 스트레칭이나 제자리 걷기를 시작했다. 5분만 움직여도 혈액순환이 살아나는 느낌이라 진짜 신기했다. 덕분에 운동도 하고 몸도 녹이고 일석이조였달까.

밖에 나갈 때도 각오가 필요했다. 외투 한 겹 더 입고, 무슨 방한장비를 다 갖춘 외계인처럼 나갔다. 버스 정류장도 추워서 떨면서 기다렸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들 ‘너 괜찮냐’는 표정이었다. 나도 걱정됐다. 저러다 길거리에서 얼어 죽는 거 아니겠지?

음식도 한파생존에 중요한 요소였다. 뜨거운 국물만 찾았고, 전자렌지에 돌리는 음식 위주로 사먹었다. 배달 음식도 뜨겁게 잘 먹으려고 주문할 때 특별히 요청도 했다. 아무래도 몸이 따뜻해야 마음도 안정되니까 무슨 라면이 그렇게 맛있게 느껴지던지.

가장 힘든 건 잠자리였다. 손과 발의 냉기 때문에 몇 번을 이불 밖으로 내밀었다가 다시 끌어안기를 반복했다. 덩달아 이불도 한 세트 더 샀다. 그래도 뭔가 부족했다. 어떤 밤은 추위 때문에 제대로 잠을 못 자고, 새벽에 잠깐 일어나 히터를 더 켜야 했다.

물론 한파가 끝나고 추위가 조금 풀리면서 모든 게 좀 나아졌다. 그래도 이번 경험으로 ‘이래서 집 잘 골라야 한다’는 진리를 뼈저리게 느꼈다. 난방도 중요하고, 단열이 얼마나 대단한지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모르는 거다 싶었다.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그 순간에는 누가 좀 난로랑 전기장판을 한 대씩 보내주었으면 하는 생각뿐이었다. 자취생 한파 생존기, 다음에는 좀 더 철저한 준비와 함께 맞서보려 한다. 아, 그리고 냉동실이 된 집엔 절대 두유를 넣지 말라고 후배들한테는 꼭 알려줘야겠다.

이 글 반응 남기기
추천과 비추천은 회원당 1회만 가능하며, 다시 누르면 취소됩니다.
추천 0 · 비추천 0
글 신고 안내
같은 회원은 같은 글이나 댓글을 1회만 신고할 수 있으며, 누적 신고가 5회 이상이면 자동으로 숨김 처리됩니다.
현재 글 신고 0회

댓글

댓글 작성은 로그인 후 가능합니다.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