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로 산 책이 생각보다 웃긴 이유
중고거래로 산 책이 생각보다 웃긴 이유는, 결론부터 말하면 ‘책인데 책 아닌 느낌’이 들어서다. 며칠 전, 어느 날 문득 자취방 책장이 너무 허전해 보여 중고나라에서 책 몇 권을 주문했다. 싸게 사려다 보니 신간보다는 약간 오래된 책들 위주로 골랐는데, 그중 한 권이 내 기대를 완전히 빗나가면서 웃음을 터뜨리게 만들었다.
책을 받고 포장을 뜯는데, 첫인상은 무난했다. 그런데 책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이상한 기운이 감지됐다. 일단 페이지가 너무 깨끗한데, 종이 질감이 뭔가 ‘플라스틱’ 같은 느낌이었다. 자세히 보니, 책 겉표지가 진짜 ‘책’ 표지가 아니라 무슨 카탈로그나 메뉴판 같은 코팅된 종이였다. 작가 이름도 제목도 있었지만, 이게 책인지 광고지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더 웃긴 것은 책 내용이었다. 한두 페이지는 그냥 일반 책처럼 글과 사진이 있었는데, 중간쯤 넘기자마자 어디선가 본 듯한 '전자제품 광고'가 줄줄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휴대폰, 이어폰, 블루투스 스피커까지 실제로 팔던 물건들 가격과 함께 ‘강추!’라는 표어도 같이 있었다. 내가 산 책이 광고 카탈로그랑 헷갈리는 거냐고? 진짜 그랬다.
처음에는 뭔가 중고거래자가 책인 척 장난친 줄 알았는데, 구글에 검색해보니 이게 ‘책’이 맞긴 했다. 근데 출판사가 마케팅을 너무 과하게 하느라, 본문보다 광고를 60%, 정보는 40% 정도 넣은 일종의 ‘광고형 책’이었다는 사실. 이걸 누가 이걸 책이라고 사겠나 싶어 혼자 빵 터졌다.
그나마 희망을 품고 다시 뒤쪽 페이지를 넘겼다. 거기엔 진짜 책 내용이 있었다. 심지어는 꽤 괜찮은 글도 있었는데, 네온사인 같은 광고 문구 사이사이에 꼬여 있었다. ‘읽고 싶으면 광고도 봐라’라는 출판사의 숨은 메시지 같았다. 이게 중고거래로 산 책이라 나름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이 책을 '광고+정보+책' 혼합 장르로 이름 붙였다. 집에 와서 친구한테 보여줬더니 친구는 “이거 어떻게 읽냐? 광고만 봐도 피곤한데” 하면서도 “진짜 너 취향 독특하다”며 한참 웃었다. 중고거래라는 게 이런 재미가 있는 것 같다. 예상 못 한 물건이 와서 잠깐 웃게 한다는 것.
책 표지에 붙어있던 가격 스티커도 한몫 했다. 5천 원에 샀는데, 광고만 따지면 어쩌면 ‘광고 단가’가 비싼 거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만약 출판사가 “우리 광고 덕분에 책까지 읽게 만듭니다”라고 내세운다면, 약간 인정할 것 같기도 하다. 결국 중고책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나에게 ‘광고와 책의 콜라보’라는 새로운 경험 하나를 선사했다.
물론 다음부터는 책 살 때 꼭 내용을 좀 더 꼼꼼히 확인하려고 마음먹었다. 그래도 중고거래의 묘미는 이런 뜻밖의 발견에 있는 것 같다. ‘책인데 책 아닌’ 그런 웃김, 가끔은 이런 작은 해프닝이 일상의 지루함을 깨뜨려 주니까.
한마디로, “중고거래로 산 책이 생각보다 웃긴 이유”는 바로 이런 뜻밖의 재미 덕분이다. 다들 중고책 살 때 꼭 ‘책 맞는지’ 한 번 더 확인해 보시라. 그리고 가끔은 나처럼 의도치 않은 광고를 덤으로 받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경험이니까.
아마 이 책은 앞으로도 한 번씩 꺼내서 살짝 피식 웃으며 보게 될 것 같다. 역시 중고거래, 신중함과 의외의 웃음,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때마다 그 재미가 배가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