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들끼리 벌어진 설거지 전쟁과 그 결과
형제들끼리 벌어진 설거지 전쟁, 그날은 유난히도 평화로운 밤이었는데 어느새 부엌은 전쟁터가 되어 있었다. 저녁 식사 후 누가 설거지를 할지 갑자기 불붙은 논쟁이 시작됐다. 원래는 엄마가 해주시곤 했는데, 이번에는 형제들이 직접 하기로 한 날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각자 "내가 더 바쁘다"며 설거지를 미루기 급급했다는 것.
첫째 형은 “나 오늘 진짜 피곤하다, 하루종일 일했는데 설거지까지 맡기면 안 된다”고 했고, 둘째는 “나는 공부가 산더미 같은데, 설거지 하는 데 몇 분이면 되잖아?”라며 반박했다. 셋째는 그저 ‘나도 나름 바쁜데 왜 날 빼냐’며 슬며시 꼬투리를 잡았다. 이렇게 아무도 설거지를 하려 하지 않자 형제들 사이에 작은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갑자기 셋째가 냉장고에서 식기 세척기 리모컨을 꺼내 들고는 “이거 있잖아, 그냥 이거 돌리면 되잖아?”라는 현실적인 한 마디를 던졌다. 하지만 첫째가 “그건 어차피 설거지 안 한 거랑 다를 게 뭐냐!”며 즉각 반발했다. 그러면서 물이 튀고, 접시를 들었다 놨다 하며 분위기가 묘해졌다. 누가 봐도 작은 전쟁이 시작된 게 분명했다.
결국 셋째가 “우리 그냥 가위바위보로 정하자!”고 제안했다. 다들 승부욕에 불타 올랐고, 자리에서 바로 가위바위보 게임을 시작했다. 세 번을 하기로 했는데, 첫 판에 둘째가, 두 번째에 첫째가 이겼다. 셋째는 스스로 “난 운이 없나 보다”라며 살짝 멘붕에 빠졌다.
이어진 세 번째 판에서 갑자기 둘째가 “너무 지는 것 같아”라며 게임을 당장 끝내자고 했다. 하지만 첫째가 “그래도 승부는 내자”라며 우겨서 억지로 계속했다. 결국 셋째가 이겼는데, 다들 의외라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설거지 담당은 다름 아닌 셋째가 된 것이다.
그렇게 셋째가 설거지를 시작했는데, 갑자기 둘째가 “내가 도와줄게”라며 가스레인지 옆으로 다가왔다. 첫째도 나도 모르게 따라 나서더니 어느새 셋 다 설거지하는 중이었다. 사실 그동안 서로 조금만 양보했더라면 이 상황은 없었을 텐데, 서로의 입장만 내세우다 보니 쓸데없는 전쟁이 된 셈이었다.
끝내 설거지를 다 마치고 형제들은 소파에 나란히 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첫째가 “솔직히 말하면, 설거지 하기 싫어서 그랬다”며 웃었고, 둘째도 “나도 그냥 좀 쉬고 싶었어”라고 고백했다. 셋째는 “나도 마찬가지야, 근데 운 좋게 내가 걸렸네”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한참을 그렇게 웃으면서도 묘하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걸 느꼈다. 결국 가족이니까 서로 이해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너무 당연하지만 중요한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 밤이었다. 설거지 전쟁은 끝났지만, 그날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오래 기억될 만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그리고 누가 설거지를 하든 매번 전쟁이 벌어져야 한다면, 아마 우리 집 부엌은 평화의 난민 지대가 되지 않을까 싶다. 웃프지만 그런 모습도 다 우리 형제의 모습이라는 생각에 어쩐지 조금은 피식하게 웃음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