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소개팅 후 집까지 배웅해준 차 안에서 있었던 일
첫 소개팅 후 집까지 배웅해준 차 안에 앉아 있는데 갑자기 어색함이 밀려왔다. 뭐 좋아 보일 줄 알았는데, 대화가 점점 줄더니 침묵이 길어지는 거 있지. 난 당황해서 “오늘 어땠어요?” 하고 물었는데, 상대방은 “네, 재미있었어요”라고 딱딱하게만 답했다.
“집까지 태워주셔서 감사해요.” 하면서도 뭔가 더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차 안이 너무 조용해서 말문이 막히더라. 창밖만 바라보는데, 길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도 갑자기 다 신기해 보이고 그랬다. 진짜 말 한마디 안 나오는 순간, 왜 이렇게 밤공기가 차가운지 몰라.
그런데 이게 웬일? 갑자기 상대방이 핸들 쥔 손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근데… 사실 저 오늘 혹시 떨어질까 봐 걱정했어요”라고 말했다. 순간 나도 모르게 “뭐가요?” 했는데, 그게 다름 아닌 회사 면접 이야기였다. 허허, 소개팅 중에 면접 걱정을 하다니 생각지도 못했던 전개에 살짝 허탈했다.
그 말 듣고 나니까 나도 괜히 힘 빼지 말고 잘해보자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그럼 이번 소개팅도 일종의 긴장 푸는 타임이다 생각하면 되겠네요” 했더니 상대가 웃으면서 “맞아요. 이런 긴장 풀 시간이 있어서 조금 다행이에요”라고 했다. 불편할 것 같던 분위기가 살짝 풀린 느낌이었달까?
근데 또 한참 가다가 갑자기 핸들에서 손 떼고 “이거 좀 웃기는데 들어보실래요?”라고 물어봤다. 뭐긴 뭐야, 궁금해서 “네” 했더니 갑자기 “제가 드라이브할 때마다 노래방에 가고 싶은 유혹을 참느라 힘들어요”라고 하는 거다. 그 말 듣고 나도 모르게 크게 웃음이 터져버렸다.
“왜요? 노래 좋아하세요?”라고 묻자 “그냥 혼자 부르면 좀 쑥스러워서 못하는데, 차 안에서는 괜찮더라고요”라길래 나도 “저도 가끔 차 안에서 혼자 춤춰요”라고 대답했다. 그러고 보니 한동안 대화 주제가 점점 재밌어지면서 서로 조금씩 마음을 열었나 보다 싶더라.
그래서 이번엔 내가 살짝 용기 내서 “그럼 다음에 노래방 같이 가볼래요?”라고 물었는데, 상대가 잠깐 망설이다가 “음… 같이 가면 노래는 많이 못 부를지도 몰라요”라고 하면서 살짝 웃었다. 그 말 한마디에 갑자기 마음이 더 간지럽고 묘해졌다.
집 앞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불어오는 밤바람도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상한 기분이었다. 문을 열고 내리려는데 상대가 갑자기 “오늘은 긴장 덜했어요. 덕분에”라고 말하더니 부끄러운 듯 살짝 웃었다. 그 미소에 나도 모르게 “저도요”라고 대답했다.
그렇게 첫 소개팅 후 집까지 배웅해준 차 안에서 어색함과 긴장을 넘어서 웃음과 은근한 설렘이 함께했던 순간이 끝났다. 내심 ‘이게 시작인가?’ 싶으면서도, 바로 다음에 면접 걱정하는 얘기가 나올까 봐 조금 조심스러워졌다. 사람 일이란 정말 알다가도 모르는 거다.
내일은 또 어떤 이야기로 웃게 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오늘은 여기서 살짝 피식하며 마무리하기로 한다. ‘다음에 만날 땐 꼭 노래방에서 보자’는 약속을 마음속에 담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