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자취방까지 늦은 밤 배달기사님 덕분에 생긴 웃픈 가족 이야기
늦은 밤, 회사에서 야근을 마치고 자취방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배고픔에 지쳐 두리번거리다가 간신히 배달 어플을 켰는데, 이미 시간은 자정을 훌쩍 넘겼다. '이 시간에 주문받아 주실까?' 하는 마음으로 시켰던 바로 그 음식이 내 인생에 작은 해프닝을 불러일으킬 줄은 몰랐다.
배달 기사님께서 예상보다 훨씬 빨리 도착하셨다. 지친 몸을 이끌고 문을 열었을 때, 배달 기사님은 마스크 너머로 살짝 미소를 지으며 "이 시간에 주문 주셔서 제가 더 감사합니다"라고 말씀하셨다. 그 순간 문득, 자취하면서 느꼈던 외로움이 팍 가시는 기분이 들었다.
음식을 받고 나서 대화를 잠깐 나누게 됐다. 기사는 평소에도 늦은 밤 여러 가게를 돌면서 힘들다고 했는데, 그 와중에도 내 주문을 받고는 오히려 고마워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요즘 다들 힘든 시기인데 서로 챙겨야죠"라는 말에 묘하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런데 그때, 문 밖에서 갑자기 누군가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순간 긴장했는데, 알고 보니 나를 위해 배달 기사님이 가져온 작은 간식이었다. 알고 보니 자그마한 가족 같은 사이에서 기사가 준비해 준 커피 한 잔과 과자였다. “야근하느라 힘들 것 같아서요”라며 수줍게 건네는 모습을 보니 한 편으론 웃음이, 다른 한 편으론 감동이 밀려왔다.
그날 밤, 자취방 작은 식탁에 앉아 배달 기사님이 준 간식과 음식을 함께 먹으면서 자연스레 가족 얘기가 나왔다. "저희 아버지랑 닮으셨다"며 느닷없이 가족 이야기를 꺼냈더니 배달 기사님도 자신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했다. 도시로 올라온 첫날부터 시작한 배달 생활, 그 속에서 쌓인 피곤과 함께 느낀 외로움까지 차근차근 들려주셨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내가 생각하는 가족의 의미가 다르게 다가왔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서로 배려하고 작은 정을 나누는 그런 모습들 말이다. 그날 이후로 나는 배달 기사님을 그냥 지나칠 때마다 진심을 담아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꼭 한다.
한동안 그 배달 기사님과는 가끔 안부를 나누며 소소한 대화를 이어갔다. 가끔은 그분 덕분에 느닷없이 외롭던 자취방이 조금은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 나는 내가 ‘가족’을 조금 더 넓게 바라보게 된 셈이다. 피곤한 하루 끝에 마주친 작은 웃음 덕분에 말이다.
지금도 가끔 야근할 때면 어김없이 배달을 시킨다. 기사님도 알아보고는 멀리서 손을 흔들며 웃는다. 그 모습 보면 아직 이 세상은 진짜 가족 같은 정이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해서 엄청 큰 감동이나 드라마는 없다. 그냥, 그런 편안한 마음이랄까.
아직도 그날 밤을 떠올리면 피식 웃음이 난다. 배달기사님 덕분에 생긴 작은 웃음과 살짝 찡한 마음 한 조각. 진짜 가족이 아니어도 누군가의 따뜻한 배려가 우리 삶을 조금은 더 견디게 해준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 밤이었다.
결국, 그 이후로 자취방에서 배달 오는 음식 맛이 더 좋아진 건 기분 탓일까? 아마도 그 웃픈 가족 이야기는 나에게 오래도록 잔잔한 여운으로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