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데이트에 배달 음식 시켰다가 벌어진 일
첫 데이트에 배달 음식을 시켰다. 뭔가 심플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는데, 갑자기 배달 음식을 주문하게 된 거다. ‘첫 데이트니까 근사한 레스토랑 가야지’ 했는데, 갑자기 비도 오고 너무 피곤해서 집에서 하기로 급선회했다.
그래서 둘 다 좋아하는 치킨과 피자를 시켰다. 나는 그때만 해도 ‘편하게 맛있게 먹고 웃으며 이야기 나누면 된다’는 생각밖에 없었거든. 근데 첫 데이트인 만큼 음식이 너무 덜렁거리면 안 되니까, 포장 상태를 몇 번이고 확인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배달이 도착했을 때 나름대로 ‘우와, 이 정도면 괜찮네’ 싶었는데, 막상 뚜껑 열고 보니까 치킨이 한쪽으로 쏠려있고 피자 토핑이 뒤죽박죽이었다. 둘 다 ‘어떡하지?’ 하면서도 웃음을 참으려고 애쓰는 분위기였다. 아무래도 첫인상에 먹는 모습도 포함되니까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내가 치킨을 한입 베어 물자마자 갑자기 소스가 콸콸 쏟아져 내리기 시작한 것. 소스가 손에, 옷에 튀었고, 심지어 그녀 머리카락에도 조금 묻었다. 순간 ‘이게 대체 무슨 데이트냐’ 싶었지만, 그녀는 웃으면서 “진짜 리얼한 데이트다!”라고 했다.
그 뒤로도 계속해서 피자가 한 쪽으로 치우쳐지고, 치킨 조각이 그릇 밖으로 떨어지고, 서로 가까이 다가가면서 소스 묻은 손을 묻히기도 하고 정신없었다. 근데 그 어색한 상황에서 오히려 더 친근감이 생기더라. 그게 첫 데이트의 묘미인 것도 같았다.
식사를 마칠 무렵, 둘 다 배도 부르고 약간 어설프게 흩어진 음식들을 보면서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대화가 더 깊어졌다. ‘아, 우리 이렇게 솔직하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겠구나’ 하는 느낌이 왔다.
사실 이날 배달 음식을 시킨 건 나에게 조금 용기 있는 선택이었다. 평소엔 데이트하면 분위기 있는 카페나 레스토랑을 선호하던 나였는데, 이렇게 실수도 하고 웃음도 터지는 경험까지 하니까 오히려 더 기억에 남았다. 그만큼 진짜 나를 보여줄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거 같다.
그리고 그녀도 나중에 고백했다. “처음엔 좀 당황했는데, 오히려 진짜 너랑 편하게 있을 수 있어서 좋았어”라고. 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니 나름 성공한 셈이지 싶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첫 데이트에 배달 음식을 시킨 그 선택이 의외로 최대의 이벤트가 된 셈이다. 다음에는 꼭 근사한 장소 데이트도 해보고 싶지만, 그날의 허술한 배달 음식 데이트도 멋진 추억으로 남았다.
결국 첫 데이트는 완벽한 음식을 먹는 게 아니라, 함께 웃을 거리와 편안한 시간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한 거라는 걸 그날 배웠다. 그리고 가끔은 예상치 못한 ‘배달 사고’가 인생 최고의 웃음 포인트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다음 데이트는 배달 음식 대신 손수 요리라도 해볼까? 그게 또 다른 웃음 보따리가 될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