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과 싸우고 나서 배달 음식 시킨 후기
어제 연인이랑 또 크게 싸웠다. 진짜 입 꾹 다물고 한 시간 넘게 방에서 말도 안 섞고 있었음. 서로 눈도 안 마주치고, 그냥 각자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상황. 결국 참다가 내가 먼저 손 들었는데, 배가 너무 고파서 말이다. 그래서 배달 음식 시키기로 함.
평소 같으면 같이 메뉴 고르는데, 지금은 서로 말도 안 해서 그냥 혼자 주문 앱 켜고 이것저것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근데 이게 쉽지 않더라. 뭘 시켜야 할지 몰라서 몇 분 동안 멍 때리다가 결국엔 내가 좋아하는 치킨으로 결정. ‘그래, 싸웠으니까 치킨 한 마리는 나에게 주는 보상이다’라는 마음으로 주문 버튼 누름.
근데 이 시점부터 희한하게 마음이 좀 풀리기 시작했다. 배고프니 투닥거렸던 감정이 어느새 ‘치킨 먹을 생각에 설렘’으로 바뀌는 기분? 근데 문제는 배달이 오기까지 시간이 너무 길다는 거였다. 그 한 시간 동안 그 싸움이 머릿속에서 반복 재생됐다.
“아, 내가 왜 그랬을까. 그 말은 너무했지.” “아니, 저 사람이 왜 저렇게 굴었지?” 이러면서도 치킨 생각만 하면 슬쩍 웃음이 나오는 나 자신을 발견.
드디어 배달 도착! 치킨 박스를 열자마자 후각이 폭발했다.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한 그 치킨 냄새가, 그간 쌓였던 싸움의 긴장감을 싹 날려버리더라. 그런데 웃긴 게, 치킨을 먹기 시작하니 갑자기 문자가 와서 보니까 연인도 치킨 한 마리 주문했다고.
둘 다 싸운 거 잊고 배달 음식에 집중하고 있었던 거임. 그래서 서로 “나도 시켰어” 하면서 웃음 섞인 카톡을 주고받으니까, 어쩐지 싸움은 그 순간부터 무색해졌다. 결국 밤 늦게까지 영상 통화하면서 치킨 먹고, 진심으로 웃으며 이야기했다.
이번 일을 겪고 나서 깨달은 점은, 싸움은 싸움이고 배는 배라는 고전적인 진리랄까? 서로 말 안 하고 있을 때도, 결국엔 음식을 통해 힘을 얻고 화해할 구실을 찾게 되더라. 음식이 이렇게까지 중재자 역할을 할 줄은 몰랐음.
그리고 치킨 먹으며 드는 생각인데, 인생이 좀 힘들 때는 그냥 좋은 음식 앞에 앉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인 것 같다. 싸움을 멈추게 하는 마법의 주문 같은 느낌이었다니까. 물론 내일은 또 싸울 수도 있겠지만, 오늘은 치킨 덕분에 마음이 조금 녹았다.
아마 연인과 싸우고 나서 배달 음식 시킨 후기는, 앞으로도 때때로 떠올리게 될 추억일 듯하다. 싸움도, 음식도, 그리고 결국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도 모두 소중한 기억으로 남겠지. 그치만 다음부터는 배고플 때 싸움은 하지 말자,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