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생이 배달 시키고 그릇 걱정한 이야기
자취생이 배달 시키고 그릇 걱정한 이야기, 이거 말하자면 진짜 내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에피소드 중 하나다. 매번 배달 앱을 켰다가 메뉴 고르는 데만 한참 시간을 보내는 건 둘째 치고, 주문 완료를 누르고 나면 제일 먼저 머릿속에 드는 생각이 있다. ‘내 그릇이 이걸 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하는 그 불안감 말이다.
사실 그릇 걱정은 그냥 소소한 문제처럼 보이지만, 나 같은 자취생에겐 심각한 고민이다. 대충 닦아놓은 접시에 음식을 얹으면 왠지 모르게 맛도 덜 나는 기분이고, 설거지하기 귀찮아서 결국 배달용기에 그대로 먹다가 플라스틱 냄새가 코를 찌를 때도 한두 번이 아니다.
이번에도 그랬다. 치킨 시키고 깔끔한 접시 찾으려 집 안을 뒤적거리는데, 결국 가장 깔끔한 그릇은 전자레인지 돌리다 남은 밥그릇 하나였다. 닭다리 두 개 얹으니까 뭔가 너무 좁아 보여서 ‘아냐, 이건 안 돼’ 하면서 또 새로운 그릇을 찾으러 갔다.
근데 이게 또 웃긴 게, 접시가 많다고 다 좋은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문득 주방 찬장에서 오래된 쟁반을 꺼내다가 손에 묻은 먼지를 보니 ‘이거 설거지 언젠가 해야 하는 기록을 경신 중이잖아?’ 싶어서 또 미적지근한 마음이 들었다. 결국 그릇 찾는 데만 10분은 소비했다.
그래서 결국 선택한 게, 배달용기째 먹는 방법이었다. 뜨거운 치킨을 그릇에 담는다고 또 설거지거리만 늘 거 생각하니 이게 제일 편한 길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치킨 용기를 앞에 두고 포장지 뜯으며 정신없이 먹는데, 왠지 ‘내 인생이 왜 이렇게 사소한 고민에 집중돼 있나’ 하는 감상에 젖더라.
먹으면서 한쪽 손엔 치킨, 한쪽 손엔 휴대폰 들고 ‘이 정도면 나름 효율적인 자취 잔머리 아니냐’고 스스로 칭찬도 해보고. 동시에 ‘다음엔 아예 뜯어먹기 편한 음식으로 시켜야지’라는 다짐도 했었다. 그래도 매번 이런 생각하면서 또 같은 과정을 반복하는 나도 참 신기하다 싶었고.
그런데 문제는 또 있었다. 다 먹고 나서 용기 버리는 게 생각보다 귀찮다는 점이다. 배달 음식은 쓰레기도 많고, 특히 플라스틱 용기처리가 은근히 성가시다. 그래서 그릇 걱정이 연장돼서 ‘음식은 잘 먹었는데 이제는 쓰레기 문제까지 왜 이렇게 골치 아프냐’는 자괴감에 빠질 때가 많다.
이번에는 또 이걸 줄여보자고 일부러 스테인리스 재질의 멀티 그릇을 샀다. 전자레인지도 가능하고 설거지도 간편해서 ‘이제는 그릇 걱정 끝이다!’ 하고 좋아했는데, 결국 치킨 먹을 때는 그 마음이 또 사라진다. ‘그릇 세척이 귀찮다’는 기본 공식은 절대 깨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배우는 중이다.
자취생 인생, 뭐든 쉽지 않다는 걸 새삼 느끼며 결국 집안 곳곳에 배달용기가 어지럽게 널려 있는 걸 보며 피식 웃어넘겼다. 그릇 걱정은 아마도 내 자취 생활의 영원한 숙제인 것 같다. 다음에 배달 시킬 때도 똑같이 고민하겠지만, 뭐 그게 또 자취생만의 재미가 아니겠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