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지 않았는데 움직이는 층수
얼마 전 아파트에서 있었던 일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에서 내리려 했는데, 버튼을 누르지 않았는데도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착각인 줄 알았다. 버튼을 누른 줄 착각해서 움직였나 싶었는데, 분명히 내 손은 버튼에 닿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나 혼자였다.
엘리베이터가 멈춘 층을 보니 2층이었다. 나는 5층에서 탄 상태였으니 내릴 층과는 전혀 다른 곳이다.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내리자 싶어 문이 열리길 기다렸다.
근데 문이 열릴 기미가 안 보였다. 엘리베이터 안 버튼을 눌러도 반응이 없었다. 심지어 2층에서 문은 잠깐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했다. 마치 누군가 엉뚱하게 버튼을 만지작거리는 것 같았다.
그때 갑자기 엘리베이터 층수 표시가 깜빡거리더니, 8층으로 올라갔다가 1층으로 내려갔다. 이런 움직임이 30초 넘게 이어졌다. 혼자 탄 엘리베이터가 완전 미친 것 같았다.
얼른 휴대폰으로 아파트 관리실에 전화했다. 상황을 설명했더니 관리실에서는 “그런 보고는 처음 듣는다”며 확인 후 연락 주겠다고 했다. 다행히 엘리베이터는 곧 정상 작동을 했다.
내가 내리려던 층 버튼은 분명히 누르지 않았고, 엘리베이터 버튼판에도 내가 누른 층만 불이 들어와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이동하는 층수가 내가 누르지 않은 곳으로 움직인 건 분명했다.
이후 며칠간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마음 한 구석이 찜찜했다. 혹시 누군가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조작한 건 아닐까, 아니면 뭔가 이상한 일이 우리 아파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가끔 혼자 있을 때 갑자기 엘리베이터가 멈춰버리거나 버튼판에서 알 수 없는 불이 깜빡이는 걸 본 이웃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마다 나는 ‘그때 내게도 그런 일이 있었던 거구나’ 싶었다.
한 번은 엘리베이터 내부 CCTV 화면을 잠깐 보게 됐다. 화면에는 분명히 아무도 없는데 버튼이 스스로 눌렸다 떼어지는 장면이 찍혀 있었다. 그걸 본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리고 지금도 가끔 엘리베이터를 탈 때면, 그날의 이상한 움직임이 떠오른다. 누군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버튼을 누르고, 엘리베이터를 옮기고 있다는 느낌이 아직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