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화장실 거울에 남겨진 이상한 낙서
며칠 전부터 내 원룸 화장실 거울에 이상한 낙서가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먼지가 묻은 줄 알고 닦았는데도, 다음 날 또 똑같은 글자가 나타나는 거다. 심지어 내가 외출한 사이에도 누가 와서 쓴 것처럼 말이다.
낙서는 검은색 매직 같은 걸로 쓴 것 같았는데, 글자가 어찌나 삐뚤삐뚤하고 이상한지 읽으려 해도 도무지 무슨 뜻인지 알아보기 힘들었다. ‘거울 속을 보지 마라’ 같은 문구가 있긴 한데, 정확히는 잘 모르겠다. 며칠째 거울만 보면 기분이 이상해져서 일부러 피하게 되더라.
처음엔 그냥 누군가 장난친 줄 알았다. 근데 집에 혼자 사는데, 아무리 문 단속을 꽉해도 누군가 몰래 들어왔다는 생각이 들어 무서워졌다. CCTV 설치를 고민하다가 그냥 일단 거울을 커튼으로 가렸다.
그런데 문제는 거울에 낙서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커튼을 쳐도, 심지어 거울을 가릴 때마다 낙서가 조금씩 더 번지고, 크기도 커지는 것 같았다. 이상한 건 낙서를 지우면 그날 밤 꿈에 ‘거울 속에 누군가 있다’는 내용이 반복되었다는 거다.
인터넷에서 비슷한 경험을 찾아봤는데, ‘거울 저주’라는 이야기가 간혹 나오긴 했다. 거울에 나타나는 글자가 사람의 감정을 빼앗아 가고, 거울 속에 갇힌다는 전설인데… 그런 게 실제로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매일 밤 느끼는 그 쓸쓸하고 답답한 기분은 딱 그런 느낌에 가까웠다.
몇 날 며칠을 그렇게 보내다가, 나는 결국 집에 있는 작은 카메라를 화장실에 설치했다. 누가 몰래 낙서하는 걸 찍어보려는 심산이었다. 영상 확인 결과, 아무도 화장실에 들어오는 모습은 없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거울 낙서는 어제보다 훨씬 더 또렷하고 길게 이어진 문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거울 너머의 내가 너를 보고 있다’라는 문장과, “거울 속에 들어오면 끝이다”라는 경고였다. 그때부터는 진짜 섬뜩했다. 무서워서 다시는 화장실 문도 열기 싫어졌다.
결국 며칠 전에 거울을 떼어내 버렸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거울을 치워도 욕실 문을 열 때마다 누군가 뒤에서 쳐다보는 듯한 느낌이 계속 남아있다. 그 낙서가 나를 따라온 걸까, 아니면 원래부터 거울 속에 뭔가 있었던 걸까.
요새는 아예 욕실 조명도 안 켜고, 급할 땐 작은 손거울만 쓰는데도 그 불안한 기분은 사라지지 않는다. 지금도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혹시 모를 그 낙서가 내 방 어디에선가 다시 나타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등골이 서늘해진다.
아직도 가끔은 화장실 문 앞에 서면 저절로 등을 돌리고 싶어진다. 그 낙서가 알려준 그 한 문장만은 잊히지 않는다. ‘거울 속에 들어오면 끝이다’… 나는 아직 그 끝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