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도 말 못 하는 손님과의 이상한 여행
어느 비 오는 밤, 나는 평소처럼 택시기사로 일하고 있었다. 새벽 2시쯤, 한 손님이 조용히 택시에 올라탔다. 딱히 말도 없고, 목적지 주소만 살짝 적힌 메모지 한 장을 내밀었다. “그냥 이쪽으로 가주세요.” 라고. 그땐 그냥 그런 손님도 있나보다 하고 별 생각 없이 출발했다.
달리는 동안 손님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냥 앞만 보고, 창밖 빗방울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가끔씩 뒤를 돌아보는 것 같기도 했지만, 내가 멀쩡히 운전하고 있으니 다시 고개를 돌리곤 했다. 이상한 느낌은 있었지만 그저 심야 택시 일이니까 그러려니 했다.
손님이 적은 주소지는 도심에서 조금 벗어난 오래된 아파트 단지였다. 차가 그쪽으로 가까워지자 갑자기 길이 좁아지고, 거리도 어두컴컴해졌다. 골목골목 들어가면서 GPS도 자꾸 위치를 잃기 시작했다. 내비가 말을 듣지 않는 건 처음이라 당황했지만, 손님은 전혀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여기 맞나요?” 묻기만 해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골목 끝에 다다랐을 때, 문득 내 뒤에 누군가 있다고 느껴졌다. 뒤돌아보니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뭔가 차 안 공기가 다르다고 해야 할까, 갑자기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손님은 여전히 조용했고, 나는 마음속에 자꾸만 ‘이상하다’는 생각만 커졌다. “내릴 곳을 알려주세요.” 라고 다시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대신 손님이 내밀어 준 메모지를 또 봤다. 그때서야 글자가 뚜렷하게 보였다. “누구도 알지 말라.” 이게 무슨 뜻인지 난감했다.
갑자기 차 안에서 냉기가 확 도는 듯 했고, 라디오에서는 이상한 잡음 소리만 계속 흘렀다. 손님이 갑자기 조수석에서 몸을 돌려 나를 바라봤는데, 그 눈빛이 정말 사람 같지 않았다. 무언가를 알릴 듯, 한참 동안 말없이 널브러진 시선을 주고받았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급히 차를 돌려 밖으로 나가려 했지만, 골목은 마치 미로처럼 계속 꼬여 있었다. 핸드폰도 먹통이 됐고, 주위에 불도 거의 없는 어둠뿐이었다. 손님만이 유일하게 불빛이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순간, 손님이 속삭이듯 말했다. “이제, 여행은 끝난다.”
“무슨 말씀이세요?” 내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그는 아무 대답 없이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그 순간 뒷자리에서 차 한복판에 놓인 메모지가 천천히 타버리는 걸 봤다. 불꽃은 손가락 끝에서 불길이 피어오르듯 번졌고, 순간 빛과 함께 손님은 사라졌다.
나는 황급히 차를 돌려 시내로 나왔고, 그 뒤로는 다시는 그런 골목을 찾아가지 않았다. 그런데 다음 날 새벽, 내게 온 문자 한 통. “기억해라, 그 여행은 끝나지 않았다.” 라는 메시지였다. 보낸 사람도, 번호도 알 수 없는 문자. 그때 그 손님과 무슨 일이었는지, 정말 무슨 의미였는지 난 아직도 모른다.
택시기사도 말 못 하는 손님과의 이상한 여행은 그날 이후로 내 머릿속에 깊게 박혔다. 누군가가 왜 그 골목으로 나를 이끌었는지, 그 메모지는 왜 불타야 했는지. 아직도 가끔 그 시간, 그 장소에서 들리는 낯선 속삭임에 잠에서 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