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야근 후 엘리베이터 앞에 선 형태 없는 그림자
회사 야근을 마치고 엘리베이터 앞에 섰는데, 그 순간 눈앞에 형태 없는 그림자가 나타났다. 처음에는 뭔가 옷자락이 바람에 흩날리는 걸까 싶었는데, 고개를 조금 옆으로 돌려봐도 분명 사람이 아니었다. 머리도, 팔도, 다리도 없이 검은 것만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었다.
엘리베이터 도착을 알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림자는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움직일 수 없었다. 그저 공기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희미하게 떠 있었고, 그 자리에 묶인 듯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오래전부터 회사에서 야근하면 ‘그 그림자 조심해라’라는 괴담이 떠돌았는데, 난 그런 이야기들을 항상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그날 밤, 그 그림자를 본 순간 느꼈던 찝찝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나는 멀리서도 보일 만큼 하얀 얼굴을 한 동료가 잠시 뒤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는데, 그가 지나간 자리 바로 옆에 그 그림자가 간신히 흔적처럼 남았다. 마치 ‘너도 보였냐’는 듯이.
내 차례가 되어 엘리베이터에 탔고, 문이 닫히는 순간 나는 서둘러 버튼을 눌렀다. 보통 야근할 때는 피곤해서 정신이 멍해있는데, 그날만큼은 심장이 쿵쾅거려 겨우 층수를 눌렀다. 그리고 화면에 비친 내 얼굴을 봤다. 평소보다 훨씬 창백해져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는 동안 가만히 생각해보니, 회사 입구에서 마주친 그 그림자는 분명 누군가의 원혼이나 집착이 담긴 무언가라는 결론밖에 안 섰다. 야근이 너무 잦아 회사에 영혼이 묶여 버렸다는 이야기가 괜히 나온 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동료들에게 말해봤지만 대부분은 ‘그냥 피곤해서 환각 본 거 아냐?’라며 웃어넘겼다. 그때만 해도 나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다음 날, 회사 게시판에 낯선 메모가 붙어 있는 걸 봤다. 글씨는 삐뚤삐뚤했는데, 내용은 딱 한 문장. "너도 보였지? 검은 그림자."
처음에는 누가 장난친 줄 알았는데, 그 메모 옆에는 사진 한 장이 붙어 있었다. 사진 속에는 분명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는 나와, 그 옆에 검은 형태 없는 그림자가 흐릿하게 찍혀 있었다. 카메라에 찍히기 어려운 모양인지, 너무 뿌옇게 보였다가 사라지는 것 같기도 했다.
그날 이후로 회사 야근할 때마다 그 그림자가 어딘가에 꼭 나타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같이 야근하던 몇몇 사람이 한두 명씩 차례로 그 그림자를 봤다고 말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나를 포함한 팀원들이었다.
정확히 그 그림자가 무엇인지, 왜 그곳에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단지 회사에 남겨진 무언가가 야근하는 사람들을 감시하고 있다는 듯한 느낌만 남아있다. 한편으로는 알 수 없는 존재에게 나의 피로와 고통이 기록되는 것 같아 끔찍하기도 하다.
가끔 야근하던 날 엘리베이터 앞에 서면, 그 검고 모호한 그림자가 빤히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에 몸이 얼어붙을 때가 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나는 속으로 다짐한다. "가급적이면 야근은 하지 말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