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복도에서 들리는 발자국 소리와 웃음소리
병원 복도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건 한밤중이었다. 그날 나는 야간 근무 중이었고, 간호사실 근처 복도에서 분명 누군가 걷는 발걸음 소리가 또각또각 들렸다. 하지만 복도에는 나밖에 없었기에 순간 소름이 돋았다.
처음에는 간혹 들리는 소리라 생각해 무시하려 했다. 그런데 그 발자국 소리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분명히 복도를 왕복하고 있었다. 발걸음이 가까워졌다 멀어지는 느낌까지 생생했다. 누구냐고 불러봤지만 대답은커녕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불안한 마음에 나는 복도 끝까지 나가봤다. 그런데 아무도 없었다. 야간에 방문객도 없고, 환자도 다 방에 누워 있던 상황이었다. CCTV도 확인해 봤지만 그 시간에는 아무 움직임이 없었다. 그저 빈 복도만 비춰졌을 뿐이었다.
몇 분 뒤, 이번엔 발자국 소리와 함께 희미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처음엔 웃음소리가 정말 작은 속삭임 같아 착각인가 싶었는데, 점점 더 분명해졌다. 우스꽝스러운 웃음이 아닌, 차가우면서도 어딘가 서글픈 그런 웃음이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이건 뭔가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고, 이내 조용히 간호사실에 돌아왔다. 하지만 웃음소리는 점점 가까워지더니 어느 순간 복도 한가운데서 멎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그 이후로도 발자국 소리는 밤마다 반복되었다. 누가 지나가는 것도 아닌데 분명한 발걸음 소리와 웃음이 들려왔다. 동료 간호사들은 ‘아무도 없는데 발자국이 들린다’며 괴담처럼 이야기했다. 하지만 정작 누구도 그 실체를 본 적은 없었다.
어느 날, 비슷한 경험을 한 선배가 조심스럽게 말해줬다. “몇 년 전, 그 복도에서 사고로 돌아가신 환자 한 분이 있었는데... 그분이 떠난 후부터 그런 현상이 나타났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자세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지만, 가슴 한 켠이 서늘해졌다.
그 환자가 병원에 머무를 때 마지막으로 들려준 웃음소리가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그 소리와 비슷하다는 이야기는 계속해서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과연 그 웃음소리는 누군가의 안타까운 마지막 인사였던 걸까, 아니면 다른 뜻이 담긴 걸까.
가끔 밤에 홀로 그 복도를 걷다 보면, 발자국과 함께 들려오는 웃음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그리고 문득, 이 병원이 단순히 사람을 치료하는 곳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그곳엔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숨어 있는 걸지도 모른다.
내가 그 발자국 소리와 웃음소리를 마지막으로 들었던 날, 복도 끝에 서서 멍하니 바라보다가 문득 누군가 나를 지켜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뒤돌아봐도 아무도 없었지만, 그날 이후로 그 소리는 다시 들리지 않았다. 그저 그 환자의 마지막 인사였을까, 아니면 내게만 감지된 무언가였을까. 그 기억은 아직도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